프롤로그 : 당분간은 기대하지 않기로 해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6년 만에 다시 ‘조직’이라는 거대한 괴물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20년보다 더 몰아치던 태풍 같은 두 달이 지나갔다.
20 년도 맞지 않던,
6년간 잠깐씩의 조직생활도 역시나 안 맞는구나 하던 나인데
삶은 역시나 알 수 없다.
20년 같던 두달,
몸과 마음은 모두 너덜너덜.
술이나 수면제, 혹은 둘 다 없이는 잠들 수 없고,
4개월 전 차 사고의 후유증 위로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은 겹쳐
무릎과 허리를 아작 내버렸다.
그러다 문득, ‘아, 지금이 바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나아져야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피어났다.
끝이라 생각되던 바닥은 언제나 늘 새로운 시작이었다.
물론, 이게 잠시 태풍의 눈일 수도 있고,
떠오르려는 내 발버둥이
다시 심연으로 끌려 내려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바닥에 닿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당분간은 인생에 기대하지 않기로.
깊은 어둠 속에서의 기대란,
잠시 나를 이끄는 듯하다가
결국 창 끝을 돌려 더 깊이 찌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저 위로,
아른아른 윤슬처럼 물결치는 빛이 다시 보일 때까지.
기대하지 않는 삶을.
그저 오늘을 다하는 삶을 살아내기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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