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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May 17. 2023

오월의 산책은 더디다

일상단상

일찍 나가야 할 일이 생겨 아침 운동 시간이 빠듯했다.

잠시 망설이다 좀 빠르게 돌고 오자 생각하고 거의 매일 가는 얕은 동네산으로 향한다.

초입부터 녹진하고 달큰한 향을 뿜는 찔레꽃이 내 발길을 붙잡더니,

무리 지어 핀 애기똥풀꽃,

바다의 짠기를 머금어 더 깊은 향을 내뿜는 아카시아,

잘 볼 수 없는 파란색의 패랭이꽃 무리,

좀 이르게 핀 연꽃,

연못을 모네의 그림으로 만드는 붓꽃들,

하다 하다 땅바닥에 떨어져 콕 박힌 빠알간 버찌 한알까지!

어느 것 하나

내 눈을,  발을 잡지 않는 것이 없어

오월의 산책은,

더디고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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