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O), 수영(X), 자전거(X)
운전을 결심한 것은 5년쯤 전이었다.
그때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들여 준비했던 시험에 실패한 뒤 되는대로 재취업을 한 상태였다.
‘되는대로’라고는 했지만 절박했고, 단절된 경력에 비해 꽤 괜찮은 직장이라고 판단했다. 회사가 집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것쯤은 간과할 수 있었을 만큼 말이다.
조금이라도 편한 출퇴근을 위해 언니의 중고차를 주 3일 정도 빌리기로 했다. 1종 보통의 면허를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운전 한번 안 해봤던 내가, 막히는 길을 뚫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험을 해야 했던 것이다.
언니의 차는 나의 운전 실력에 비해 너무 컸고, 너무 오래됐다.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길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며 서행하기, 겨우 한 주차가 엉망이라 지나가던 아저씨가 대신해주기 등 말도 안 되는 위기상황을 겪었고, 그에 비례해 자신감은 뚝뚝 떨어졌다. 운전이 하기 싫어 회사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들이 늘더니 그럭저럭 그런 출퇴근길에 익숙해졌다.
그 사이에 언니가 고향으로 터전을 옮기며 그나마 있던 우리의 교통수단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작년 어디선가, 살면서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운전하기, 자전거 타기, 수영하기’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운전도 못하고 자전거도 못 타고, 수영도 못하는데 어쩐지 그게 월급이 적고, 내 집이 없고, 서른 후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대로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싶은 생각.
마흔이 되기 전에 셋 중에 꼭 하나는 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5년 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차부터 덜컥 구입했다. 거금을 지불해 구입한 차를 설마 주차장에 처박아 두기만 하겠어, 하는 심정이었다.
다시 개인 연수를 받고, 차를 보고, 차를 받은 것이 세 달 전!
나는 여전히 끼어들기가 어렵고, 길을 외우지 못하고, 주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운전자들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초보운전자이다.
그러나 주에 5일은 운전을 하고, 이제는 제법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기도 하고, 운전 이 따위로 하냐며 욕을 하기도 한다. 아마 곧 초보 딱지를 떼고 핸들을 한 손으로 잡는 여유를 부리기도 하는, 운전의 무용담 같은 거 농담처럼 던지기도 하는, 프로 운전러가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세 가지 중 하나를 해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
다음은 자전거 타기다. 한가한 휴일 오전에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러 가는 나는, 진짜 어른처럼 보일까?
21년 4월에 써 둔 글입니다. 지금은 운전한 지 반년이 되었어요 :) 초보운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