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엄마의 반응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액션들은 아주 역동적인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다. 특히나 아이의 표현력을 증가시키고, 상황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선택된 도구는 리액션이다.
한때는 내가 오버해서 “그랬어? 이걸 했단 말이야? 정말 대단하다!”라며 격하게 칭찬한 날이 있었다. 물론 안다. 나도 생각해보면 그날은 좀, 많이 오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첫째의 반응이 더 가관이다. “대단한 거 아니야!” 하며 뭐 그렇게까지 하냐는 식의 표정과 몸짓은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한 나에게 민망함을 가득 안겨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을 선사했다. 나 참, 좋아할 땐 언제고 이제 머리가 컸다는 건가. 그래도 리액션은 두 아들 녀석이 가장 좋아한다. 그러니 똥 쌀 때든, 새벽이든, 통화로든 물불 가리지 않고 이야기하고 나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러나 나의 리액션이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바로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너무 놀라서 까무러칠 것 같다. 아이가 꼬꾸라져서 구를 때, 열심히 달리다 다리를 다 갈아 버릴 때, 갑작스럽게 먹은 것을 전부 게울 때, 정말 크게 부딪쳤을 때, 문에 낄 때, 큰 애들 무리에 밀릴 때 등. 너무 많아 다 기록하기 힘들 정도이다. 작고 소소한 이벤트는 너무 많아서 기억도 나지 않고, 그래도 그때는 다 의연하게 넘길 수 있으니깐. 하지만 너무 큰 이벤트일 때는 나도 모르게 격양된다.
하지만 애를 키울 때 아이가 부모의 혹은 주변 어른들의 리액션을 보고 울음이 추가되거나 공포가 추가되는 그런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과도하게 리액션하는 남편, 시어머니, 친정아버지에게도 제어한 적이 있다. 침착해달라고. 특히나 첫째 아이는 매우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이다. 혹여나 우리의 리액션이 잘못 입력되어 아이가 겁만 먹는 건 아닌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닌지 늘 주시했다.
하여튼 그러다 보니 이 아이는 넘어지면 아주 자연스럽게 바로 일어나 손을 털거나, 아프다고 울어도 금세 뛰어노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참 씩씩한 아이, 용감한 아이가 되었다.
한 날은 가족끼리 여행을 갔을 때다. 첫 여행이라 엄마가 더욱더 신이 난 날이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놀았다. 첫째는 발도 닿지 않는 물속에서(내가 발꿈치를 들어 가슴 정도까지 오는 물 높이) 마음껏 튜브에 의지한 채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저 아이는 모르지만 나는 안다. 저 튜브는 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본격적으로 까치발로 아이 근처를 맴돌았다. 아이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더 신이 나서 몸을 흔들었다. 튜브를 낀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았다. 더 격하게 신나버린 아들. 그렇게 해도 튜브로 잘 버티는 걸 보니 조금 안심하려던 찰나. (역시 육아는 방심할 때 일이 생긴다)
아이는 수중 발레 하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튜브 위로 두 다리가 하늘로 쭈~욱 뻗어있었다.
그 찰라.
몇 초 되지 않는 그 순간이 몇 분 같이 기억에 남았다.
잊어버렸다. 침착 따위. 남편은 밥 먹다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고, 나는 튜브를 잡고 돌리고 있고. 아찔한 순간이었다.
얼른 아이를 밖으로 빼내어 꼭 안았다. 놀랬는지 꽤 울었다. 최대한 침착하게 애쓰며 달래주었다. “놀랬었지? 이제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아이는 펑펑 울고 있었다. “괜찮아. 우리 윤오가 몰랐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이렇게 됐다. 그지? 괜찮아. 엄마가 옆에서 더 잘 볼게.” 그렇게 달래주려고 최대한 침착하게 이야기하던 나의 말들을 듣고 아이가 흐느끼며 대답했다.
“으앙, 윤오가 잘 몰랐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 흑흑”
순간 웃기다가도, 내 말을 잘 듣고 있는 애가 예뻐 보이다가도, 아까 수면위로 다리가 동동거리던 게 생각이 나 걱정되다가도, 어찌 저렇게 말을 할까 하며 기특했다. 비록 더 그 수영장 안에서 놀진 않았지만, 다행히 아이에게 그날 일은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실내에 있는 작은 탕에서 못다 한 물놀이를 하며 소리를 질렀고, 다 울 때쯤 이야기했던 “오늘은 안 해, 내일 할 거야”라고 말한 것처럼. 그 아이는 다시 내일 아침에 들어갔다. 심지어 튜브도 빼고.
오늘도 하원하고 열심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겠지? 아이가 없는 동안 최대한 말을 아꼈다가 “엄마! 이거 멋찌쥐이~?” 할 때 이야기해야지~
“우와! 대박인데! 어떻게 만든 거야? 이게 뭔데? 와아! 대단하다!”
각오가 되어있다. 과장해도 좋아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