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라 Dec 05. 2022

1. 프롤로그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더 추워지기 전에 홍시와 자몽이를 데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야외 애견카페로 향했다. 귀여운 꼬까옷을 입은 아이들이 노을 속에서 잔디밭 위를 신나게 뛰어노는 걸 보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광주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열 달간 지내던 현수는 매일 다른 강아지에게 맞아 몸에 상처가 나 있었고, 서열에서 밀려 맨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다. 나는 그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운명처럼 반해버렸다. 1년 전, 포인 핸즈에서 이상하리만치 눈에 밟히던 로하는 끝내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입양을 가지 못했고, 나는 폭우 속 한 시간 가량 택시를 타고서 아이를 보러 갔다. 내 생일이었다. 그렇게 현수는 홍시가 되었고 로하는 자몽이가 되었다. 아니, 나에게 둘도 없는 첫째 아들과 막내아들이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 동물 등록을 하며 아이들의 생일을 내 생일과 똑같이 맞췄다. 돌아오는 매해 6월 15일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파티를 연다.

 뛰어노는 와중에도 나의 자그마한 움직임에 반응해 곁으로 뛰어오는 홍시와 자몽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자고. 그래서 먼 훗날 나보다 아이들이 먼저 떠나면 슬픔에 파묻혀 좌절하는 대신 함께 한 날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자고.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은 '강아지 에세이'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틈이 날 때면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꾸준히 하루 동안의 추억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들의 시간을 담아보기로 홍시, 자몽이와도 약속했다.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대가 없는 사랑이란 게 정말로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