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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06. 2022

2. 떨어지지 말자, 같이 출근할래?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일을 하게 되면 강아지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1인 반려인이 고민하는 가장 큰 문제가 '출근 시간 동안 집에 혼자 있을 강아지에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나는 우체국 공무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다 질병휴직을 시작한 상태에서 홍시를 데려왔다. 게다가 휴직이 거의 끝날 때쯤 자몽이도 가족의 일원이 되었기에 일 년이라는 휴직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어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강아지를 집에 두고 출근할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새로 가져서 함께 출근할 방법을 알아볼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취미로 들어놓은 창업 수업이었지만, 이를 활용해 '마카롱 가게'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거침없이 우체국에 사직서를 내고 상가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마카롱은 음식 장사이기 때문에 물량작업하는 동안에는 홍시와 자몽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게다가 갑자기 거리가 있는 곳으로 홀로 독립하게 된 데다가 자가용이 없어 같이 출퇴근을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생겨버린 것이다. 가게 자리 잡는 데에도 머리가 아픈 시기여서, 일단 대책이 나올 때까지 시간에 맞춰 간식이 나오는 움직이는 로봇 장난감과 각종 대형 노즈 워크를 매일 아침 방 안에 준비해놓고 가게로 나섰다. 중간중간 홍시와 자몽이가 답답해할까 걱정되어 반려동물 훈련사를 집으로 모셔 집 가구 배치와 산책 방식을 바꿔보기도 하고 [엄마가 출근하는 시간=마음대로 놀 수 있는 시간] 이란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제안해주신 훈련 방식을 열심히 따라 했다.


 하지만 홍시와 자몽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인 나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 결국 10월 17일, 상가 문 앞에 울타리를 쳐놓고 처음으로 홍시 자몽이를 데리고 가게로 왔다.

 '강아지가 있는 걸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상가 앞은 곧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러 온 동네 꼬마만 해도 자그마치 스무 명이 넘었다. 이 자리에 마카롱 가게가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들은 다음 날부터 매일같이 홍시, 자몽이를 보러 가게 앞으로 출석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매출이 오르느 걸 보며 다짐했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가게에 모시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만큼은 확실히 붙잡자!

 중간중간 우리에게 일어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홍시와 자몽이는 지금까지 나와 함께 매일 가게로 출근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가게 바로 옆 원룸으로 이사를 한 덕에 출퇴근이 한결 수월해졌다. 현재는 가게 한쪽을 큰 테이블과 책장으로 따로 분리해놓고 홍시 자몽이를 그곳에 매어둔다. 나는 아이들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총 2시간씩 뜀박질과 함께 공원을 산책한다. 그렇게 즐겁게 노는 데에 체력을 몽땅 소진한 홍시와 자몽이는 손님이 없는 시간 대에 사이좋게 큰 방석에 엉덩이를 맞대고 고릉고릉 낮잠을 잔다.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되면 하교 시간에 놀러 온 꼬마 단골손님들과 놀며 간식을 얻어먹기도 하고 바깥 바람을 쐬러 파란 놀이터에 놀러 나가기도 한다. 위생과의 점검 때도 이 정도면 괜찮다, 하는 허락을 받아놓아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홍시 자몽이와 함께 하루를 함께한다.


 홍시 자몽이를 좋아하는 스무 명의 초등학생 꼬마 단골손님들, '홍찌랑 짜몽이 보고 찌뻐' 하는 네다섯 살짜리 꼬마 손님들의 말에 차를 타고 가게에 오시는 가족 단위 손님들, 공부 때문에 한달에 두어번 만나는 홍시, 자몽 러버 중고등 학생들과 가게 SNS 팔로워 손님들, 직접 오지는 못해도 먼 곳에서 택배로 홍시 자몽이의 간식을 보내주시는 내 유튜브 구독자님들 덕에 우리 강아지들은 매일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홍시 자몽이는 친한 언니네에서 키우는 고양이 밤토리와 밤송이에게 한눈에 반해 매일 언니네를 기다린다. 슬프게도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가게에 오지 못하지만, 그 향기를 맡는 것이나마 행복해하는 것 같다.

 이제 홍시와 자몽이도 어엿한 '마카롱 가게 하라리움'의 아르바이트생이다.  아, 그렇다고 홍시와 자몽이가 받을 스트레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손님들과 함께 노는 시간은 하루 3시간 남짓, 주말에는 피로도를 고려해 미리 집으로 퇴근하기도 하니 말이다. 워라밸 최고 홍시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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