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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07. 2022

3. 죽고 싶은 날 가운데, 작은 털 뭉치들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힘든 일들이 많았다. 가게를 운영하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었던 ,  건강이  좋아져     힘도 없던 . 그중 제일은 나를 11 동안이나 괴롭히는 우울증일 것이다. 티끌만큼의 살아갈 힘도 없어 그저 강물에 몸을 던져버리려 마창대교로 떠나기 직전, 친한 친구에게  비밀번호를 메시지로 전송하며 나는 홍시와 자몽이의 밥그릇을 치우고 제일  냄비  개를 가져왔다. 사료 포대 하나를 전부  붓고, 옆에는 한강물만큼 물을 떠놓았다.

 "너희는 죽으면  .  좋은 주인 만나서 엄마가  다해준 사랑 많이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라"

집에 있을 때는 도통 짖지 않던 녀석들이, 내가 뒤돌아 현관문 쪽으로 다가서자마자 맹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다시 뒤돌아 아이들을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집을 빠져나와 계단에서 한참을 울었다. 홍시와 자몽이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죽고 싶은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살아내고 싶다는 꿈이 불가능해 보여 매일 아침이 오는  두려워한다는 것을. 나는  시간 가까이 밖에 앉아있다 다시 들어가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보물들, 엄마가 어떻게 너희들을 두고 떠날  있겠어.

홍시와 자몽이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부모도, 다른 형제들도  나를 버리고 떠날  유일하게 대가 없는 사랑으로 나를 지켜준 생명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그리고 이미 한번 버려졌던 너희들을 내가 다시 두고 떠나려 하다니. 나는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열심히 일하고, 매일 살아낼  있을 만큼의 희망을 스스로에게 선사했다. 이렇게 강아지 에세이를 쓰는 것도  때문이다.

홍시와 자몽이는 작가이자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던  꿈을 잊지 않고 매일 자기 전에  귀에 대고 속삭인다.

 "과거에 실패했다고 지금도 실패하란 법은 없어 엄마! 꿈꾸고 도전해봐!"

가끔 말을 내뱉는 템포를 잘못 조절해 트림이나 방귀를 함께 내뿜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소중한 응원 덕에 나는 기운을 차렸다. 소용없어 보여 임의로 끊었던 정신과 약도 다시 먹고 있고 격주마다 병원 진료도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죽고 싶은 날들 가운데 작은  뭉치들은  좌청룡 우백호처럼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한다. 정말 사랑하는  새끼들. 너희들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어.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질 때에는 막연히 좌절하며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다른 투잡을 찾아보면서까지 버텨보려 한다. 나는 엄마니까. 홍시와 자몽이는 절대로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준다. 장마 때문에 산책을 자주  나가는 날에도 나를 원망하지 않고, 가게 일이 바빠 아이들을 먼저 집에 데려다 놓고 늦게까지 가게에서 작업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도 잔소리하지 않는다.  주는  깜빡 잊고 진탕 늦잠을 자버리거나, 싫어하는  알면서도 목욕과  청소 대작전을 벌여도 절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조금 삐쳐있기는 해도, 간식을 듣고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와 안긴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뭉치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있을까? 내가 전생에 무슨 공을 쌓아서 이렇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곁에 있나 모르겠다.

 매년 갱신했던 유언장을 이제는 찢어 없애버렸다. 우울증 브이로그였던  유튜브 채널의 영상들을  비공개로 돌려놓고, 이제는 행복한 추억 브이로그로 새단장을    영상들을 업로드 했다. 홍시 자몽이의 사진을 담은 영상들을 많이 올리려 노력하고, 전부 담을  없는 것들은 홍자형제 전용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죽으려 하지 않는다. 홀로 어둠 속 동굴에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날에는 일부러 홍시 자몽이를 데리고 햇볕이 내리쬐는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그러면 좀 나아진다. 내가 이름을 불러도 대답없이 호다닥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끌려다니다보면 내 안에 무언가도 꿈틀거린다.

 "내일도 이렇게 행복하고 싶다"

이런 희망적인 생각들 말이다. 홍시와 자몽이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내 인생의 가로등 같은 존재다. 자신들이 가진 사랑 모두를 다 퍼주는 홍시와 자몽이가 나에게 바라는 유일한 것은 [헤어지지 않고 늘 사랑 가운데 함께 하는 것]. 그게 전부다.

 살고 싶지 않은 날, 살아갈 한 줌의 용기조차 없는 날. 나는 홍시 자몽이의 보드라운 털을 만진다. 그리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서, 한참을 껴안고 있는다. 그러면 날 핥아오는 기분좋은 혀의 까슬거림이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매일, '아이들과 딱 하루만 더 살자'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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