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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07. 2022

4. 세상 모두가 우리의 친구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안녕! 우리는 홍시와 자몽이야, 만나서 반가워.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야!"

 엄청난 친화력을 자랑하는 홍시와 자몽이는 마을에서 유명 인사다. 홍자 형제를 만난 사람들 모두 홍시 자몽의 팬이 되어버리는 엄청난 장면을 목격한 나로서는 우리 강아지 두 마리에게 엄청난 마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하라리움에 오는 손님들은 보통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자몽이에게 반하셨다가, 이후 서서히 다가오는 홍시의 은근한 애교에 매료되어 결국은 두 마리 모두와 사랑에 빠진다. 홍시와 자몽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나는 처음 본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열에 아홉은 우리를 보며 외친다.

 "앗! 홍시랑 자몽이다!"

 홍시와 자몽이는 어쩜 그렇게 타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사랑을 건네 줄 수 있는 걸까? 꼬마 단골손님들, 어른 손님들, 처음 본 사람들, 몇 번 보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어떻게 그런 사랑스러운 눈빛을 발사하며 꼬리를 흔들고, 또 품에 안길 수 있는 걸까? 내향형 인간인 나로서는 두 아이의 사랑이 매번 신기하고 신비스럽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사랑으로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은 홍시 자몽이의 특급 장기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이 둘에게 잔뜩 매료되어 버렸는 걸.

 [하라리움 강아지들]로 유명했던 홍시와 자몽이는 이제 그들만의 귀여움으로 '홍시 앤 자몽'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듯하다. 동물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는 와중에도 '홍시와 자몽이다!'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니 둘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홍시와 자몽이의 매력은 뭘까? 나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극 외향형과 극 내향형. 아마 두 마리의 성격이 극과 극인 덕분에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파고든 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결론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자랑하며 모두에게 애교를 부리는 극 E형 자몽이와,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도록 슬금슬금 다가가 머리를 내미는 극 I형 홍시의 천지 차이인 성격이 각자의 팬덤을 형성한 것일지도.

 보통 매장 한쪽에 묶어놓기 때문에 손님들이 들어와 마카롱을 보고 결제하는 카운터 공간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아지를 무서워하지만 좋아하는 손님들은 멀리서 지켜볼 수 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직접 다가가 아이들을 만져보며 교감할 수 있다. 가끔 홍시와 자몽이를 집에 가게에 아예 데려오지 않거나 일찍 퇴근시킨 날에는

 "홍시, 자몽이는 어디 갔어요?"

 하는 말을 하루에 세 번 이상씩 듣곤 한다. 우리끼리는 손님들이 마카롱 대신 홍시와 자몽이를 보러 하라리움에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라리움의 마스코트가 된 두 강아지. 나의 별 같은 존재, 홍시와 자몽 녀석들이다.  

 친한 언니네가 저녁에 놀러 오는 날이면, 나는 조금 일찍 마감을 하고 가게 홀 잔디 위에 돗자리 두 개를 겹쳐 깐다. 언니와 어린 두 남매가 도착하면 홍시 자몽이의 목줄을 풀어놓고 함께 돗자리 위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눈다. 처음에는 홍시, 자몽이를 무서워했던 막내가 이제는 홍시와 자몽이를 닮아서 데려왔다며 문구점에서 새로 산 인형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왔다. 그런 막내에게 뽀뽀를 하고 싶어 얼굴을 들이미는 홍시와, 또 부리나케 달려가 막내를 놀라게 만드는 자몽이가 콜라보된 천방지축 힐링 타임이다.

 언니네는 유기묘를 한 마리를 주워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가 이후에 한 마리를 더 입양해 총 여섯 식구가 되었다. 홍시와 자몽이는 그 두 마리 암컷 고양이 '밤톨이와 밤송이'에게 반해 장모님인(?) 언니에게 지극 정성으로 애교를 부리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인 내 뇌피셜이기는 하지만. 하하.

 오늘 저녁에 산책을 나간 홍시 자몽은 어김없이 자신들을 알아보는 동네 주민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 품에 안겨 턱을 마구마구 핥기도 하고, 만져달라며 머리와 엉덩이를 들이밀기도 했다. 자신들을 합치면 무려 16kg에 육박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가끔 갑작스레 달려가는 홍자 형제의 무게에 못 이겨 뒤로 기우뚱하시는 동네 주민들은 당황한 표정에 이어 곧 함박웃음을 터뜨리신다.

 "너희 때문에 못 산다, 못살아!"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며 만난 수많은 강아지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동네 유명인사 홍시와 자몽. 덕분에 나도 동네에서 꽤 알아주는 반려인이 되었다. 우리 강아지들을 예뻐해 주시며 사비로 간식과 사료를 가져다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자신들이 먼저 내민 사랑의 손길을 다시 사랑으로 되돌려 받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낀다. 세상의 온기를 알려줘서 고마워, 홍시와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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