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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08. 2022

5. 잠자는 숲 속의 홍자 형제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세상 미운 그 누구라도 잠자는 모습만큼은 천사 같지 않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원래부터 귀여운 홍시 자몽은 골골 깊은 잠을 잘 때 귀여워 숨이 막힐 지경이다. 천사가 잠을 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세상 모든 털 동물들이여, 코코 낸내하는 모습을 냉큼 보여라! 역시 주접을 떨지 않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따뜻함에 폭 퍼진 통통한 뱃살, 말랑한 젤리, 고양이처럼 고릉고릉 내는 귀여운 소리, 납작한 찹쌀 궁뎅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대체 불가의 귀여움, 세상에 허락된 유일한 마약인 강아지 꼬순내, 저마다 편하게 접힌 귀, 촉촉한 코, 이름을 부르면 비몽사몽 뜨는 눈, 쏟아지는 잠에 다시금 눈을 감고 마는 지구 폭파 급의 귀여움.

 이 모든 것이 졸린 강아지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귀여움이다! 놀랍지 않은가?

유별난 두 아이는 자는 모습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자몽이는 엎드려서 자거나 뒤로 발라당 누워 일명 '발라당 자몽' 자세를 취하고 세상모르게 쿨쿨 골아떨어지는 반면, 홍시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서는 '동그르르 동그라미 홍시' 자세를 취하고 얕은 잠을 잔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반응해 눈을 뜨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서 무언가 활동하지는 않는다. 그저 눈만 뜨고 있는 홍시와, 눈조차 뜨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는 자몽인 것이다. 

 

 보통 8시에 가게 마감을 하고, 두 시간가량 배드민턴 운동과 홍시 자몽 산책 시간을 갖는다. 다시 한 시간 정도 피시방에 들러 에세이를 쓰고 나와 샤워까지 마치면 거의 자정이다. 홍시 자몽은 내가 씻는 동안 따뜻하게 올려놓은 전기요 위에 대자로 누워 베개까지 베고선 쿨쿨 잠에 든다. 문을 열어놓고 욕조를 하는 날이면 전기장판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있는 두 강아지 찹쌀떡을 발견할 수 있다. 마스크팩을 하고, 머리까지 말린 후 

 "홍시 자몽! 엄마가 간다!"

 이 한마디를 외치고 침대 가까이 가면 아이들은 벌떡 일어나 꼬리를 흔들며 엄청난 속도로 내 무릎에 앉아 뽀뽀 세례를 펼친다. 자몽이가 무릎에 앉아 근거리 뽀뽀 공격을 한다면, 홍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꼬리를 흔들며 자몽이의 혀가 닿지 않는 내 코나 이마 부분에 2차 뽀뽀 공격을 가한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결국 귀여움에 항복해 온 몸을 강아지들에게 내어준다. 그러면 자몽이가 내 몸 위로 올라와 엎드리고, 홍시는 엉덩이를 내 얼굴 쪽으로 가까이 붙이고선 내 머리를 깔아뭉갠다.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당겨 아프고 가슴 압박으로 숨은 잘 쉬어지지 않지만, 세상 모두를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 홍시 자몽 만세!

이불도 홍시 자몽이가 하도 많이 뺏어가서 두 개나 쓰고 있다. 보통 자몽이는 내 품 속을 파고들어 함께 베개를 베고 자는 편이고, 홍시는 내 무릎 사이에서 자거나 아예 독립된 침대 밑 공간에서 잠을 청한다. 엄마를 사랑하는 방식도, 성격과 성향도 다른 두 녀석의 밸런스가 맞춰진 덕분에 홍자 형제 하우스는 소란스럽지만 평화롭게 굴러간다. 


 집에서는 적극적으로 엄마를 차지하며 이리저리 쏘다니는 자몽은 산책만 나가면 나를 향해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반대로 홍시는 집 안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며 작은 일에는 신경 쓰지 않다가 막상 산책만 나가면 엄청난 자기주장의 슈퍼 홍시가 된다. 홍시가 가고 싶은 곳은 꼭 가야 해서, 요즘은 유튜브를 보며 다시금 산책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홍시와 자몽이가 반만 섞였으면 좋겠다 싶더라도, 이런 개성 있는 두 녀석이라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다시 자리 잡는다. 어쩜 이렇게 귀엽고 독특한 아이들이 내 품에 왔을까! 나는 지금 내 곁에서 꿀잠을 자고 있는 잠자는 숲 속의 강아지들을 보며 귀여워 발박수까지 치고 싶은 심정이다.

 홍시와 자몽, 한 달만 지나면 이제 5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 넘어 쉰이 되어가는 나이인 것이다. 요즘 부쩍 두 아이들의 품이 소중해지고, 한시라도 떨어지면 그리워서 견딜 수 없다. 잠자는 숲 속의 홍시, 자몽 왕자에 반해버린 마카롱 공주가 된 것만 같다. 하루하루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이가 들어간다 하더라도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 주는 홍시 자몽이 있어 마음 놓고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찍어 에세이 이를 쓰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 이건 분명히 잠자는 꿈속의 홍시 자몽 요정의 마술 발도장 힘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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