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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May 26. 2023

오해와 공감사이

#디자인전문회사운영기 #디자이너성장기 #소통 #문제해결

실무에 있어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능력으로 평가받을 만큼 중요한 요인이다. 각각의 표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문제 상황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하게 되면 원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서로 상처를 받게 된다.


디자인을 연구 개발하고 제작하기까지는 프로세스에 따른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일정 시간이 필요로 하다. 그 내용과 과정을 잘 모르는 고객들은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탁하면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듯 뚝딱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라고 인정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대화를 할 때 생긴다. 의뢰자의 요구와 수행자의 책임이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디자인을 5년 이상 한 디자이너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준전문가로서 활동을 한다. 하지만 고객과의 공감을 통한 소통을 못한다면 디자이너로서 성장은 여기에서 멈추게 된다. 준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기 힘들다. 이것은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모든 전문분야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5년간 열심히 하면 전문가는 그냥 될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타인과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 소통을 하는 디자이너는 그냥 기술자일 뿐이다.


언제인가 기존 거래처에서 행사에 쓰일 쿠폰과 카탈로그를 제작해야 한다고 의뢰가 들어왔다. 일정을 확인하니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그 일정 안에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3일은 야근을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정중히 거절했으나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기초 자료를 최대한 빨리 넘겨받고 수정은 한 번만 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락하게 되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며 그렇게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료 전달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었고 확인 전화도 여러 차례 했지만 정리 중이라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으며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찾아온다. 그날 늦은 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원고를 내일까지는 무조건 보내겠다며 부탁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5년 차 디자이너는 말을 얼버무렸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보고 누락으로 문제는 커졌다.


“그때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은 약속하신 시간을 넘겨 자료를 주셨고 저희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린다고 도와드렸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도 섭섭합니다.” 보름이 지나도 결제가 되지 않자 확인 전화를 하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자이너와 고객의 통화는 제법 큰 목소리가 제법 오가고 있었다. 이후 확인해 보니 여러 날 야근을 하며 작업을 진행했고 시간을 맞춰주려는 마음과 달리 고객은 통화가 안 되고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등 무성의하다고 느껴졌고 결국 인쇄 발주 마지막 단계까지 수정을 받고 일정상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사정하는 목소리에 애매한 답을 남겼던 것이다.


“일정상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최선은 다해 보겠습니다.” 담당 디자이너는 이 대화가 긍정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응대를 했다는 것이다. 안 된다는 것을 미리 고지한 상황이고 최선은 다해보겠다고는 것은  된다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직원의 입장이었다. 그것을 된다고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화를 내는 고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안된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고객을 거절하는 쉽지 않아 공감에 차원에 응대였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고객의 까칠함으로 책임을 묻고 결제를 하지 않겠다는 고객의 대응에 당황하고 화가 난 직원은 적대적 감정으로 보고해 왔다.


“될 것 같습니다”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라는 다른 이야기일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으면 대부분 ‘된다’라고 인식한다. 간절한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표현은 듣고 싶은 것을 듣게 된다.


야근을 해가면서 노력했던 일이 리스크가 된 것은 고객의 탓이라고만 여기는 디자이너를 앞에 두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원하시는 결과물을 받아보지 못해 얼마나 속상하셨어요.” 사과로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격양된 목소리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그날 쓰려고 했던 건 이게 아니었잖아요. 내가 직원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해서 그렇게까지 부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해서 보내고 결제해 달라고 독촉 전화하나요?” 따지듯 감정을 토로하는 고객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러셨군요. 원하시는 결과물을 내려면 그만큼 일정이 필요한 일임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아마도 원장님이 간곡히 부탁하시니 그 마음을 헤아려 최선을 다해 가능하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었나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애매한 표현을 썼던 것 같네요. 안 되는 일이라면 다소 냉정하게 들리시더라도 정확히 말씀드리고 진행 여부를 선택하시도록 해드렸어야 하는데 말이죠. 다음에 이런 일을 진행하실 일 있으시면 적어도 보름은 여유시간을 두고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알고 있고 최선을 다하려던 직원의 진심을 전하고 미리 일정을 챙겨야 하는 이유 등 여러 정보를 주자 다소 무리한 일정 진행하면서 오해가 생겼던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해 받고 통화를 마쳤다.


그제야 직원은 자신이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해 주는 대표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대표님이 신경 많이 쓰시고 기획하신 디자인인데 수행함에 있어 부족했어요.”라며 상황을 받아들였다. “전문가가가 되려면 먼 길을 가야 한다. 감정싸움으로 기운 빼지 말자.”


나는 늘 말한다. 그래픽 툴을 잘 다루고 테크닉이 좋은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마음을 읽고 공감을 통해 마음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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