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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May 31. 2023

감정 읽기

#사는이야기 #이런저런 #두런두런




여린 스스로를 마주할 때 나 자신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곤 했다. 어쩌면 늘 나 자신에게 늘 화가 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알 수 없는 분노는 아마도 무력함이 만들어낸 상실감과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렸고 순수했던 시절 운명 같은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 1983년 대한항공 KAL 피격 사고로 엄마와 예상치 못했던 이별을 해야 했던 그 사건은 충격을 넘은 파괴로 어린 시절 내게 상실감 외에 아무런 감정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강요된 이별은 충격에 빠졌다고 하기에도 슬픔에 갇혔다고 하기에도 묘한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든 그런 감정이었다. 그런 감정 안에 오랜 시간 스스로를 갖아 두었었다.


그 시절 상실감 외에 내가 기억하는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왠지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만 같았다. 아마도 ‘엄마 없이 자라야 할 운명’이어서 일거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힘듬의 감정은 쉽게 떠나보낼 수 있는 감정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무채색의 하루하루는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흘렀고 묵직한 날들이 쌓이면서 무게를 이겨낼 힘이 없었고 점점 더 지쳐 갔다. 


엄마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던 사춘기시절 나는 먼저 떠난 엄마를 원망했다. 힘든 상황으로 무기력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원망뿐이었다. 외로움으로 서글플 때면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 좋아? 내가 이렇게 힘드니까 좋아? 낳았으면 책임을 지던가 책임을 지지 못할 거라면 낳지를 말던가 ' 그렇게 원망에 말을 하곤 했다. 돌아보면 너무 그리워 야속했었다. 외형적으론 평범한 아이였지만 내면은 언제나 치열하고 전쟁 중이었다. 그럴수록 외로움에 늪에 빠지게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충격이 클수록, 그 충격을 이겨내는데 힘이 부칠수록 모든 것은 선명할 수 없다. 선명하지 않은 그 길을 걸어야 할 때 두렵기 마련이다. 두려운 사람은 예민해지고 사나워진다.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를 해 본 적이 있다면  눈이 가려진 두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한발 한발 내딛고 팔을 뻗는 용기다. 친구를 붙잡는 순간 우리는 안도라는 감정을 만난다. 하지만 적정시간이 지난 후에도 눈이 가려진 채로 있다면 불안감에 예민하다 자신감은 사라지고 무력해진다.  스스로 극복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때로 찾아올 수 있다. 이 어둠 속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치지 않을 듯 쏟아붓는 폭우를 만날 수도 있다. 짧게 혹은 길게.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해도 묵묵히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현실에 부담을 갖고 힘들음을 호소하고 싶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앞으로 나가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던 감정과 생각의 부유물은 가라앉게 되고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 가벼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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