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회사경영기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신뢰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한다.’
나의 사명이다.
디자이너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사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0년이었다. 그 시기는 계획에 없던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전력 질주하고 있을 때였다. 책상 3개 미팅 테이블 하나가 전부였던 비좁은 16평 남짓 규모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밤 낮 없이 노력한 덕분이었을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그 공간에서 벗어나 미팅의 공간과 6개의 디자이너 자리를 마련하고 휴게실과 차분한 분위기가 좋은 대표실을 갖춰 확장 이전하게 되었다. '봄날 오전 여유로운 카페' 인테리어 컨셉이었다.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차별화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하면 될 것 같았고 밤잠을 안 자고 뛰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직원의 수도 점차 늘어 9명이 되었고 일의 규모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신나고 즐거웠다. 안자도 피곤하지 않았고 먹지 않아도 배불렀다. 신기하다 싶을 만큼 에너지는 넘쳤고 발걸음마저도 늘 활기찼다.
하지만 고객과 일의 수가 많아질수록 일정에 무리가 있었다. 늘 시간에 쫓겨 압박감에 시달렸고 아직 준비가 덜된 경력 짧은 디자이너에 실수는 반복됐다. 그것은 곧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었고 직원들은 촉박한 시간 일정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지속되는 야근과 철야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과 노고를 고객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실수를 객관화해 바라보지 못했다.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정당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객과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다.
디자인의 중심에는 사람이 반듯이 있어야 한다고 전해 왔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디자인에는 사람은 없고 시간에 집착하는 디자인만 있었다. 내가 꿈꾸고 바라던 디자인 회사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최선이 좋은 디자인이 아니듯 잘하는 디자인이 존재하는 집단,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해 일정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환경과 업무를 수행 과정에 있어 성취감으로 보상 받고 디자인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장하길 바랬다. 무엇보다 무엇이든 예상이 가능한 안정된 공간이길 바라왔다.
‘이건 아니다.’라는 울림이 일어났다. 지금 회사가 필요한 것은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구체적인 원인부터 찾아봐야 했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프러젝트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급한 마음에 목적과 취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력이 짧았던 디자이너들은 자신감 부족으로 타인라인에서 벗어났고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요 일정부터 진행하기보다는 주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일정 조율할 수 있는 힘이 적었던 그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초초함을 생각하니 리더로서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감정적 응대를 하지 않고 효과적인 일 처리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필요했다. 보고를 통해 일의 전반적이 방향을 전계하고 소통과 협업으로 성취감을 느끼면서 시너지가 나는 작업의 방법을 찾고 싶었다. 기존의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나열해 놓은 매뉴얼은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해 주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리더의 경영방침을 간결하게 핵심만 전달해 주는 것이 방향성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때처럼 회의를 진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 회사의 디자인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지?”라는 나의 질문에 생각보다 긴 시간을 지체하면서도 섣불리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들과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얼굴이 붉어지려 할 때 즈음 눈치를 보던 직원 하나가 어렵게 이야기한다. “디자인은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니까요” 그러자 다른 직원 하나가 이어간다.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정적을 깨고 근접한 이야기를 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사람’과 '신뢰' 그리고 '성장'이라는 답은 왜 이리 듣기 어려울까 생각했다. 회의 때, 회식 때 그리고 워크숍이나 아카데미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해왔던 리더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지, 디자인 회사 경영을 통하여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며 수없이 반복해왔음에도 왜 실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갈피를 못 잡고 해결 방안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꽤 오랜 시간을 생각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경영 이념을 이야기를 하면서 한편의 소설을 쓰듯이 너무 장황하게 말해 왔다는 것을. 공감은 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던 이유였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자신의 것이 아니면 그 안에서 핵심을 찾고 기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신뢰와 함께 끝임없이 성장한다.’
디자인 집단이라면 지켜야 할 기본인 가치를 극대화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신뢰는 시간을 지킬 때 지켜진다. 신뢰가 있어야 성장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는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위한 학습을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명은 나와 내가 이끄는 조직에게 우리가 함께 이르러야 하는 방향성의 기준이 되어준다. 디자인을 할 때, 문제를 해결할 때뿐만 아니라 효율성 있는 일정을 계획할 때도 기준에 적용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을 이끌어 가고 싶은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기 좋게 단순화하자. 그것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모를 나의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나침판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