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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Apr 19. 2023

존중과 신뢰

# 디자인회사 경영기

지역 상관없는 출장이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세차할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어느 여름 모처럼 시간 여유가 생겨 세차장을 찾게 되었을 때 한 시간이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근처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 한 권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약속된 시간보다 15분 즈음 지났을 때 카페를 나섰다. 


“아직 4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앞차가 너무 더러워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한 시간 뒤 고객과 다음 미팅이 약속이 잡혀있었던 터라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하지만 이미 세차가 시작된 차를 빼낼 수도 없었다. “서둘러 주세요.”라고 말하고 기다리면서 좀 전과는 다른 감정의 온도가 올라갔다. 무더운 날씨에 내리쬐는 햇볕이 짜증스러워질 즈음 지켜 서서 기다리다 보면 더 예민해질 것 같아 다시 카페로 가 시간을 보냈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 내용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시 약속한 시간이 되기 10분전 카페를 나섰다. 조급한 마음을 느끼셨는지 세차는 마무리되어 있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차문을 열자 인공적인 커피 향기가 짙게 났다. 인공적 향을 싫어하는 나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사장님 이 방향제..”질문 조차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아 그거 서비스로 해드린 거예요. 원래 안 해드리는 건데 늦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좋으시라고..” 그곳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라고 제공 하셨겠지만 ‘누구 맘대로’라는 반감이 들었다. 시간도 촉박했고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나의 미팅을 망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미팅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인위적인 달달한 진한 커피 향 냄새를 느끼면서 내가 불쾌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 해 보았다. 




01.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은 단순히 나만의 것은 아니다. 지켜지지 않으면 고객의 시간이 허비된다. 또 다시 시작되는 기다림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나는 카페를 찾아야했고 계획에 없던 비용이 쓰여졌다. 

02. 솔직하지 못했다.

내가 세차장에 들어 설 때 세차를 하고 있던 차는 모닝이었다. 하지만 생각 보다 오래 걸렸다던 나의 앞차는 에쿠스 였다. 생각지 않았던 에쿠스가 끼어들었던 것이다. 설득 시킬 수 없는 상황은 숨기고 거짓을 전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알고 있었지만 면전에서 무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또 인정하지 않고 다른 변명을 듣는 시간은 미팅 시간에 영향을 미칠것 같아서 였다. 

03. 의심에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 걸린다던 세차가 30분 만에 마무리가 되었다. 늦어져 서둘러 줬다고 들었지만 대충하지 않았을까  의심과 불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의심하는 마음은 유쾌하지 않다.

04. 고객의 의견과 무관한 일방적 서비스였다.

타인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이러한 유형의 서비스는 나를 위한 서비스라고 말 할 수 없다. 상황을 무마시키고 정당화 하기 위한 스스로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만일 고객을 위한 서비스였다면 개인적 취향이 중시되는 향기의 경우 서비스 제공 할 수 있는 향의 종류를 제시하고 원하는 향기를 선택 할 수 있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예상하지 않는 시간을 소요함으로 심적 부담감을 느꼈다고 계획에 없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세차 상태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솔직하지 못한 변명에 불쾌해 졌으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달달한 인공적 커피 향에 열흘이상 시달려야 했다.나는 힘들어진 그 열흘동안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다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타인에 대한 배려는 내가 아닌 고객이 기준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갖게 되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좋은 제안을 제시해도 이미 떨어진 신뢰로 호감지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신뢰감과 맞물려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은 디자인 비즈니스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기본적 신뢰감을 잃고 높은 만족도를 얻기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놓칠 수 있는 '원하는 방식'으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을 청구하지 안 터라도 선택은 반드시 고객의 권리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서비스라고 해서 내 방식으로 전달 한다면 얻고자 했던 감동을 얻어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 잊으면 안 될 중요 요소이다.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나의 운영 방침의 기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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