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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Jul 17. 2024

죽음과 삶의 가운데

"나 다시 수술해야 한데... "

85의 나이에 강직함을 갖고 계시던 고객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내가 이 책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내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보니 자신의 뿌리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로부터 왔는지는 말해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들어주지 않아서야. 훗날 저희들이 궁금해질 때즈음에는 내가 없을 테니까 그때 보라고 쓴 건데 책으로 만들어 주시오.


표지는 어떻게 하고 싶고, 간지는 어떻게 했으면 쓰겠고, 서체는 이런 걸로 해주쇼.

평소의 나라면 거부감을 갖았을 법 하지만 연신 하신 말씀을 하시고 다시 하시고 고쳐하시는 모습을 마라보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일축했었다. 


나는 그분의 시계의 시간과 다른 지점에 있는데 그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오만 일 수 있고 간절함은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가능합니까? 됩니까? ~해달라는 말이오'라는 라이 주된 미팅 내용이었다. 요청형의 대화를 선호하는 나는 이런 강압적인 대화에 거부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이상하리 만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에 아버지가 떠올라서였을까? 그분의 시간이 마치 아버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그분의 정정함이 느껴질 때는 정정한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고, 외로워 보이실 때는 아버지의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그분을 통해 나에 아버지와 교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객을 매주 만난 지 5번째 즈음되니 의심 어린 눈빛은 사라졌고 젊은 사람의 호기를 유머로 받아들이셨고 이제는 친구에게 푸념을 하듯이 병원 다녀오신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그 안에는 두려움과 더불어 다짐이 있었고 바람도 느껴졌다.


"만일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이거는 내 뜻에 맞게 우리 아들이랑 마무리하면 돼요."

"그럴 일 없으실 거야. 절대 그런 일은 없으시니까 수술 잘 받고 오세요."

단호한 답변이 마음에 드시는지 허허 웃으신다. 누군가의 단호함에 의지하고 싶을 만큼 마음이 흔들리시는 모양이다. 







6번째 만남에서 

"내가 이거 하면서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다 보니 뭔가 하고 있는 것 같고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수술뒤 일정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반가운 말씀을 전해 주셨다.


수술 잘 받으시고 오셔서 자서전 마무리 하시고 회혼식을 잘 치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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