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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들리 Jul 05. 2024

15살. 2,8KG.

#노령견과 산다는 것

나에 루이는 15살 장모 치와와다. 젊은 날 빛나던 그에 모질은 거칠어졌고 턱 아래로는 탈모가 왔다. 어쩔 수 없이 올해부터는 단정하게 미용을 하고 있다.



눈부신 젊은 날은 보내던 루이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심장이 비대해지고 있다. 2년 전부터 약을 먹게 되면서부터 마음에 준비는 해왔다.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 나들이를 나가기도 하고 노쇠해진 심장을 위해 유모차를 들이고 조금이라도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노력하면서 아이의 케어를 1순위로 두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루이의 상태가 급격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자꾸 거리를 두고 불러도 오지 않고 음식을 잘 먹지 않았고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더니 작은 몸이 더 작아지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병원에 갔을 때 현재 복용 중인 약의 투여량을 조절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감정이 요동쳤다. 뇌수술을 후 2년째 약을 먹는 삶을 살고 있기에 동일시되었는지 모르겠다. 왈칵 눈물이 났다. 주말 내내 시달렸지만 내색하지 못했던 죄책감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오래 같이 있고 싶은 내 욕심으로 혹시라도 아이의 고통을 연장시키며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보호자님이 무너지세요. 많은 생각이 드시는 건 이해되지만 루이가 검사받은 지 좀 지났으니 지금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어떨까요?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가 지금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 삶을 더 연장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보호자가 먼저 느끼세요. 지금 마음이 힘드셔서 그래요." 언제나 아이 편에서 이해해 주시던 원장님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종합 검진을 받은 루이는 확실히 상태가 안 좋아져 있었다. 내과의와 원장님의 협진에 의해 투약량을 결국 두배로 늘리기로 결정되었다. 먹는 것이 눈에 뜨이게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으로 주는 음식은 받아먹었다. 엎드려 자는 시간도 조금은 늘었다.


루이는 물을 먹다가 혹은 사료를 먹다가도 중심을 잃고 주변을 빙글 돌곤 한다. 아마도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곤란해 보이는 증상 같은데 그러다 보니 밥 먹을 때 느끼는 통증이 학습되면서 먹는 것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노령견이라 며칠만 안 먹어도 영양적으로 문제 될 것 같아 걱정하는 내게 "어떤 견주분은 노령화가 되면서 먹고 싶다고 하는 건 모두 다 먹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원장님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게 마음을 무겁게 했지만 언젠가 강형욱 훈련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 음식을 먹고 싶어 하던 키우던 개에게 '나중에 늙어서 죽기 한 달 전에 모두 다 줄게라고 했었는데 몰랐던 거죠.. 그때가 되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먹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가 온 것 같다.


루이는 심장이 비대해져서 인지 엎드려 자는 걸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앞다리를 세우고 비척비척 졸다가 너무 졸리면 엎드리는데 10분도 안되어 잠에서 깨 서있는다. 서서 졸다 앉아서 졸다 누워 자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너진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늘 감사한 마음을 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잠만 잔다고 놀렸던 지난 시간 속에서는 당연하기만 한 엎드려 자던 편안한 그 모습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고 나니 숙면이 안 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높은데 아픈 녀석은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오늘 병원에서 엄마가 다른 강아지 예뻐한다고 질투하는 걸 보니 우리 루이 아직은 괜찮구나 하는 마음에 적절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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