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컴플렉스 이야기
나는 어렸을때 까만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다. 부모님과 할머니 말을 들어보면 태어날 때부터 까맣게 태어 난 것 같다. 내가 까맣다는 것을 인지한 건 스스로 한 게 아니라 친구들의 놀림이 시작됐을 때부터다. 친구들의 놀림은 중학교때부터였다. 그 당시 내 별명은 '흑인', '니그로', '초코우유' 등으로 까만걸 떠올릴 수 있는 것들 대부분은 내 별명이 되었다. 친한 친구들 무리에서 장난식으로 놀렸지만 심하게 놀릴때는 종종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학원에서 친구들이 불을 끄면서 '명철이 어딨냐? 얼굴이 까매서 안 보인다.'라고 놀렸을때다. 그 전에는 힘들지만 견딜만 한 수준이었지만 저때는 뭔가 왕따가 된 느낌이었고 많이 비참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당시 친구들은 타겟을 바꿔가면서 놀렸고 또 다른 친구에게 타겟이 넘어가서 더 큰 상처로는 안 남았다. (나는 당시 타겟이 다른 친구로 넘어간거에 안도했고 내가 당한만큼 다른 친구를 놀렸다. 참 치사하고 야비했다.)
그 시기 이후 나는 까만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가 생겼고 하얗게 되고 싶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미백기능이 있는 폼클렌징과 로션, 마스크팩을 찾아 썼고 비비크림을 바르고 다녔다. 화장품을 잘 몰랐고 꼼꼼하지도 않은 나는 비비크림을 어설프게 바르고 다녀서 종종 턱에 뭉쳐있거나 목에는 안 바르고 얼굴에만 발라서 얼굴이 둥둥 떠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 친구들과 선배들이 턱에 뭉쳐있는 비비를 풀어주며 나를 '비비명철'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까만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가 옅어진 건 '까만 얼굴도 괜찮구나'라고 느낀 이후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대학교 입학 이후 나는 그래도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여자 형제도 없고 남고를 나와 여자와 어떻게 얘기를 해야되는지 모르는 쑥맥이었던 나에게 동기,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주었고 내 외모에 대해서 칭찬을 종종 해주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그 당시 신입생 중 가장 이쁜 후배에게 고백을 받았고 몇 명의 여자친구들도 사겼다. 이렇게 주변사람들이 까만 내 얼굴을 좋아해주는 걸 보고 '아 내 까만 얼굴이 그렇게 나쁜 얼굴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내 얼굴색에 대한 컴플렉스는 점점 더 옅어져갔다.
아직도 나는 내 얼굴이 많이 타면 탈수록 촌스러워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릴때보다는 까만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 피해의식은 훨씬 많이 옅어졌다. 까만 얼굴을 하얗게 만들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으며 까만 얼굴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걸,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로부터 받은 기억들로 인해 나의 여러 컴플렉스 중 하나가 극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