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이별 후 함께 가기로 한 일본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사실 30대 남자가 일본여행 혼자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10~20대 여자분들도 혼자 다녀오는게 일본여행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혼자 다녀온 적이 없다. 연애 중일때는 혼자 국내여행도 다녀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헤어지고 혼자 여행을 가려니까 두려움이 생겼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건가..?) 이별 후 몸과 마음이 지쳐서 제대로 여행준비도 못해서 가지말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이번에 안가면 앞으로 평생 혼자 여행은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4박5일 여정에 몸을 실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떠난 여행은 첫 날부터 큰 정신적 위기가 찾아왔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가는 길까지는 괜찮았다. 근데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 전에 짐을 로비에 맡겨두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려고 할때 외로움이 갑자기 엄청 크게 몰려왔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때부터 실감이 난 것이다. '아 나 이제 진짜 4박5일동안 혼자 일본여행 해야되지' 외로움과 공허감이 미친 듯이 몰려왔고 약간 패닉상태가 될 정도로 외로웠다. 전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연락이 하고 싶었다. 정말 연락하기 직전까지 갔던 것 같던 것 같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 내가 외로워서 다시 연락을 하는건 안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전 여자친구를 사랑해서 보고 싶은건지, 다시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지 내 마음이 가라앉았을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참았다. 그리고 때마침 엄마와 친구들이 보이스톡이 와서 그나마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2차 위기는 첫날 밤에 숙소에서 또 찾아았다. 낮에 혼자 오사카 구경을 좀 하고 저녁 7시쯤 맡겨둔 짐을 찾아 방에 들어왔다. 좁고 낯선 방, 휴대폰 말고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는 또 한번 큰 외로움을 느꼈다. 공황처럼 약간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도 들었고 여기서 오늘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예전 같이 나약하고 약한 나였으면 엄마나 친구들에게 보이스톡을 걸어서 내 감정을 호소하고 위로를 받으려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진 않았다. 이 정도의 슬픔으로 주말 저녁에 엄마와 친구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징징대기도 싫었다. 어떻게든 혼자 이겨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연애로 고민이 있을때 가끔 보던 유튜브 채널인 '앤드쌤의 사랑방'의 외로움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 영상에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연인이 있던 없던 평생 느끼는 감정이며 이를 평생동안 어떻게 다룰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찌됐던 자신이 현재 서있는 자리에서 두 발을 내딛고 할 수 있는걸 해야된다고 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내 감정을 메모 하다보니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통화로 최대한 담백하게 혼자 일본에 왔다고 알렸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또 다른 위로를 얻었다.
이 날 이후 남은 4일 동안의 일정에서도 종종 크고 작은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떻게든 이겨내보려고 아침에 팔굽혀펴기도 하고, 많이 걷고 많이 돌아다녔다. 중간중간에는 철학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멘탈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루이틀을 보내면서 일본에 점점 익숙해졌고 종이처럼 흔들리던 나의 멘탈도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일본여행이 나에게 뭘 남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1번의 짧은 여행에서 무엇을 얻는걸 바라는게 욕심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혼자 해외여행을 해본 경험, 그리고 그 시기가 이별 후여서 더 흔들리던 나의 멘탈과 극대화된 외로움을 느껴본 것,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다루고 이겨내볼려고 한 노력과 경험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하나의 작은 한계를 뚫은 이 경험이, 다양한 감정을 느낀 이번 여행이 언젠가 내가 비슷한 시련을 겪었을 때 도움이 됐으며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