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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다는 것은 인과에 밝다는 것이다

경험과 공부

by 강명철

지혜롭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철학을 배우면서 느낀 점은 지혜롭다는 것은 인과에 밝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는 생각이 요즘 든다. 인과에 밝다는 것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고 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계속 이기적으로 살면 주변에 사람이 다 떠나가서 외로워지는 것을 아는 것이고, 연인에게 잘하지 못하면 나중에 이별하고 후회하는 것을 미리 아는 것이다. 기름지고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언젠가 몸이 망가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내 행동의 결과가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아는 것이 인과에 밝다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지혜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인과에 밝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 번째는 경험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몸으로 인과를 익히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살다가 친구들이 떠나는 경험을 하면 그 이후에는 친구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인이 떠난 후 뼈저리게 후회하는 경험을 하면 다음 연인에게는 점점 더 잘해주게 된다. 과식을 하다보면 살이찌고 자주 체하는 경험을 하게되면 내 적정 식사량을 알게된다. 자전거를 과속하다가 넘어져서 다쳐보면 다음부터는 위험한 길에서는 과속을 하지않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서 여러 인과를 깨닫게 되고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동들은 최대한 삼가게 된다. 오래 산 어른들 중 지혜로운 자들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경험이 인과를 알려주는 최고의 스승이긴 하지만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사람이 할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다. 몸이 하나이고,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경험을 직접 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인과는 치명적이라 한 번의 경험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술이 좋아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가 간암에 걸린 사람, 단 음식이 좋아서 몇십 년을 먹어서 당뇨가 걸린 사람, 사랑했던 연인에게 잘 못 해줬는데 연인이 갑작스런 사고로 죽어서 후회 속에 사는 사람 등등. 어떤 것들은 너무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와 돌이킬 수 없기에 경험으로만 인과를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공부이다. 책도 좋고 스승도 좋다. 훌륭한 책과 스승을 통해서 인과를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어릴 때는 이 역할을 부모가 해준다. 빨간 신호등에 길을 건너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장난감을 삼키면 기도가 막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인과관계들을 우리가 경험하기 전에 부모에게 배운다. 성인이 되서는 책과 전문가, 유튜브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저속노화 식단을 한다. 몸에 안 좋은 음식과 좋은 음식의 구분을 전문가에게 미리 배워서 내게 적용하는 것이다. 인문학과 철학이 중요한 이유도 비슷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 아직 인과를 알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서 지혜로운 자들의 생각을 통해서 미리 인과관계를 배우고 실수를 줄여나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야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책과 가르침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게되고, 내가 하는 행동의 결과가 가깝고 먼 미래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알게 된다.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과들, 경험으로는 너무 늦게 알게 되는 인과를 배워야하는 것이 우리가 좋은 책과 스승을 통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이다.


언젠가 나를 포함해 다들 인과에 밝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게되고, 그래서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행동들을 삼가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는 어떠한 행동도 스스로를 거스르지 않는 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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