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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할의 영향과 오너들이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이유

by 강명철

한때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분할 및 재상장으로 문제가 많았다. 대기업들이 알짜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한 뒤 재상장을 시켜서 소액주주의 권리 및 이익을 침해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이사 충실 의무에 '주주'가 추가된 것도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일부 주주, 즉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무시하고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결정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방적인 기업분할, 그 중에서도 물적분할 방식이 있다.


분명 기업분할 행위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사업 구조의 개편, 신규 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기업분할을 해야되는 상황이 있고 분할을 한 뒤 회사가 성장하여 모든 주주들이 이익을 보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은 오너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액주주들에게는 피해를 주는 방식이 있다. 기업분할은 어떨 때 문제가 되는지, 오너들은 왜 이익을 보고 소액주주들은 왜 피해를 보는지 알려면 먼저 대표적인 기업분할 방식인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차이를 알아야한다.



기업분할의 2가지 방식,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물적분할'은 기업의 한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수직적 지배구조로 분리된다는 특징이 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기존 회사가 분리된 회사의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예를들어 A라는 회사가 자동차도 만들고 배터리도 만들고 있었는데 배터리 만드는 사업부를 별도로 때서 신규 법인 B를 만들었다. 이때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B회사의 주식을 A회사가 100% 가져가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인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마찬가지로 한 기업의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차이점은 수평적 지배구조로 분리된다는 점이다. 새롭게 분리된 법인의 지분을 A회사의 주주들이 비율대로 동일하게 보유하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A라는 회사가 자동차도 만들고 배터리도 만들고 있었는데 배터리를 만드는 사업부를 별도로 때서 신규법인 B를 만들었다. 이때 A의 주주가 강명철 90%, 권민근 10%라고 가정하면 신규법인 B의 지분 또한 강명철이 90%, 권민근이 10%를 가져가는 방식을 '인적분할'이라고 한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에 비해 주주 권리침해 요소가 있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은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A회사 주주인 강명철과 권민근이 B회사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냐, 혹은 A회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소유하나의 차이만 있어보인다. 하지만 물적분할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B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됐을 때 소액주주인 권민근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생긴다.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MC화학이라는 회사가 화학사업과 배터리사업을 같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배터리사업에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물적분할 방식으로 기업분할을 한 뒤 자금유치를 위해 신규 상장까지 진행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화학산업은 쇠퇴를 하고 배터리사업은 호황기를 맞아 갈수록 실적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주가와 주주의 이익은 어떻게 될까?


MC화학은 MC배터리의 지배회사이기 때문에 MC배터리의 실적이 좋다면 MC화학의 재무제표에도 반영이 된다. 하지만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이 될까? 그건 알 수가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MC화학의 실적이 좋지 않고 MC배터리의 실적이 좋다면 MC배터리 주식을 사지, 굳이 MC화학의 주식을 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곳이 있다면 좋은 쪽 주식만 사지, 안 좋은 사업까지 합친 주식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MC배터리만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된다면 '물적분할'로 인해 MC배터리의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소액주주 '권민근'은 손해만 보게된다. 만약 기업분할을 하지 않았다면 화학사업과 배터리 실적이 함께 평가받아 형성된 MC화학의 주가에 따라 손익이 결정됐을 것이고, 인적분할을 했다면 MC화학의 주식은 떨어졌어도 MC배터리의 주식이 올라가서 손실을 만회하거나 이익을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한 상황에서는 소액주주 '권민근'은 손해만 보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르게 반론을 할 수도있다. 아무리 기업분할을 하는 사업부가 성장동력이 큰 사업부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미래에는 배터리 사업이 잘 안되고 오히려 화학사업은 잘되서 주가가 반대로 형성되어 '물적분할'이 소액주주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화학사업이 좋고 배터리 사업이 안 좋다면 MC화학의 주가는 화학사업으로만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안 좋은 것은 명확하게 반영하고 좋은 것은 과도하게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의 상황이되면 MC화학은 자회사인 MC배터리 사업의 부진한 실적까지 함께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오히려 공정하게 주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보다 주주의 재산권과 권리침해 요소가 강하다. 화학과 배터리 사업 2개 모두를 보고 투자를 한 주주에게 화학회사의 주식만 가지게 하는 건 주주의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다. 그리고 MC배터리을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기에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없기에 권리행사 또한 침해를 받게된다. MC배터리 주식을 직접 가지고 있으면 원하면 언제든지 팔 수 있지만, 간접 소유하게 되면 그럴 수도 없다. 어떤 경우라도 주식을 직접 소유하게 하는 '인적분할'이 '물적분할'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재산권과 권리를 더 명확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너들은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기업 오너들은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할까? 바로 기업의 지배력 유지 때문이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있다. 이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에서 하기 때문에 기업운영의 더 근본적인 방식은 주주총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결정해야하는 사항은 보통결의 사항과 특별결의 사항으로 나뉜다. 간단히 설명하면 보통결의는 좀 더 덜 중요사한 사항들, 특별결의 사항은 기업운영에 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면된다. 대표적인 특별결의 사항에는 이사 및 감사해임, 기업 합병 및 해산 등이 있다. 그리고 특별결의 사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체 발행 주식의 33%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결론적으로 33% 이상의 지분을 직접 혹은 우호지분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오너들이 물적분할을 선호하는 건 여기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 상장사의 오너들은 지분율이 높지 않다. 2024년 기준으로 오너가 있는 대기업의 오너가 가진 지분율의 평균은 22%, 가족 지분을 합치면 40%정도가 된다.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기에 '인적분할'을 하면 신규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해가 쉽게 아래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하여 만든 B법인이 새롭게 투자를 받았다고 해보자. 대주주의 지분율을 35%라고 가정하면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에 대한 효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아래는 B법인이 신규 투자를 받았을 시 지분율 변화이다.



주목해야 될 건 대주주(강명철)의 지분율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오너(강명철)는 신규 투자를 받더라도 A법인과 B법인 모두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A법인의 지분 35%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B법인 또한 본인이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A법인이 80%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B법인의 중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하면 상황이 다르게 흘러간다. 인적분할을 하게되면 오너(강명철)는 B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된다. 혼자서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을 통과시킬 수 없다. 특별 결의사항을 통과시키려면 전체 발행주식의 33%의 동의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단독적인 기업운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리고 신규 투자자와 지분율이 28%와 20%로 비슷해지기 때문에 B법인에 대한 경영권 다툼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여러모로 새롭게 분할한 B법인을 운영하는데 어려움과 리스크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분율을 적게 가지고 있으면서 기업을 소유하고 싶은 오너들은 물적분할을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대표적인 물적분할 사례인 LG화학은 물적분할 당시 대주주인 (주)LG의 지분율이 30%였으며, NHN은 NHN클라우드 물적분할 당시 대주주의 지분율이 우호지분을 다 합쳐서 41%였다. 모두 지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분할 및 투자유치 후 지분방어를 하려면 물적분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기업분할과 물적분할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사업구조 개편, 신규 투자유치 등의 이유로 기업분할이 필요할 때가 있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물적분할'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너의 재산보호를 위해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범하거나 희생해서는 안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면 오너가 이익을 보는 만큼 다른 주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막아주고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줘야한다. 기업분할 시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나 물적분할 된 기업의 주식을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현물배당 혹은 '신주인수권'을 제공해야한다. 이러한 장치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물적분할'은 명백한 소액주주의 권리침해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이번 상법개정안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가 포함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회사의 주인은 모든 주주인데, 일부 주주(오너)만을 위해 결정하는 이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기에 이를 다시 똑바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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