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비둘기를 많이 만난다.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피해가다가 요즘은 회사를 그만둬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쟤네는 사람처럼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매일매일을 먹고살지?'
사람들은 모아둔 돈도 있고, 집에 며칠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쌓여있다.
매끼마다 먹이를 찾아다녀야 하는 비둘기보다는 사정이 훨씬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불안하다.
돈이 얼마가 있든, 집에 얼마의 음식이 쌓여있든 간에 사람은 불안하다.
그래서 계속 저장하고, 저축하고, 불안한 미래를 위해서 많은 보험까지 들어놓는다.
'근데 저 비둘기들은 집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모아둔 음식도 없을텐데 어떻게 살아가지?'
'불안해야할 동물은 사람이 아니라 비둘기 아닌가?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맞나?'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저 가진거 없는 비둘기도 저렇게 잘 살아가는데 가진 거 많은 채로 불안해하는 내가 비둘기보다 못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많은 걸 가진 채로 불안해하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매번 먹이를 돌아다니는 비둘기가 멋있기도 했다.
비둘기도 살기 위해 저렇게 매끼를 열심히 찾아 다니는데 사지 멀쩡한 내가, 많이 가진 내가 불안해하거나 무기력에 잠식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걸어가다 비둘기를 만나면 목례를 하거나 엄지척을 하며 '많이 배웁니다!'하고 지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