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것이 내 세계이다.

by 강명철

갈수록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에 제동이 많이 걸린다. 왜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어떤 것의 의미를 찾거나 결과를 미리 생각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어떤 걸 시작하려고 하면 그게 재밌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괜히 돈이나 시간, 에너지 쓰는거 아닐까? 해봤는데 괜히 고생하고 재미없으면 어떻게하지? 하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물론 이런 걱정이 실제로 맞을 수도 있다. 재밌을 것 같아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돈과 시간, 에너지만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해보면 재밌는지 없는지 내 성향을 알 수도 있고 작은 경험이라도 쌓이지만 해보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지금 나는 돈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기라 돈과 에너지, 시간을 쓰더라도 여건이 되면 안 하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


해보기도 전에 재미를 예측하는 것도 안 좋지만 어떤 행위에 대한 의미,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좋지 않다.'그거 하면 무슨 의미가 있지?', '그거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어떤 것의 결과는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분명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중요하지만 까먹는 것 중에 하나가 지금 선 자리에서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까먹고 계속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결과를 예상하고 마음을 접으려고 하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 많은 것들을 바꾼 것도 예상치 못하고 했던 선택이 가져온 결과였다. 대학교를 다닐 때 마케팅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광장에 걸려있는 홍보 현수막을 보고 그냥 작은 관심이 생겨서 면접을 보고 들어갔다. 마케팅 동아리가 내 인생을 바꾼다거나 취업에 큰 도움을 줄거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새학기가 시작됐는데 딱히 할 것도 없고 재밌어서 보여서 신청을 했었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거나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간 게 아니였지만 운 좋게 마음맞는 친구들을 만나 오래된 친구가 생겼고 함께 창업하여 나의 삶의 경로를 그 전까지와는 완전 다르게 흐르게 하였다.


철학을 시작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부끄럽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힘들어서 이모를 만나러 갔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모가 추천해준 철학수업을 듣게됐다. 살면서 생각지도 못한 철학수업을 추천받게 됐고 좋은 스승과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렵지만 즐겁게 철학을 배우고 있다.


물론 모든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온 것은 아니다. 취업은 내가 어느정도 계획한대로 오게됐다. 투자심사역이 하고 싶었지만 지원했던 모든 회사에서 떨어져서 작은 회사의 투자관리팀으로 들어갔다. 그 회사에 들어갈 때 경력을 쌓고 점프해서 투자심사역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계획대로 처음 들어갔던 작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선배를 통해 좋은 기회를 얻어 이직을 성공하고 투자심사역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우연한 마주침이 내게 즐거움을 주거나 큰 결과를 만들어낸 건 아니였다. 살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마주침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모든 마주침들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 건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마음이 많이 닫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걸 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에게도 많이 마음이 닫혀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갈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도전에서 오는 피로함을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끼려는 습관 때문에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점점 세계와 닫혀가면 그 무엇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 무엇도 생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퇴사를 결심했던 이유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어떤 작은 기쁨도 마주칠 수 없고 생성할 수 없는데서 오는 답답함과 우울이었다. 지금 다시 퇴사하기 전과 비슷한,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그만쓰고 호기심이 있고 궁금하면 마주쳐보자. 세상과의 접점을 좀 더 만들어가자. 여러 경험을 쌓고 그 속으로 즐거움을 찾고 그렇게 좀 더 많은 생성을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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