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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지강씨 Oct 17. 2022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기획자로의 전직 - 두 번째 챕터를 열며


이제 다음 주면 저는 사내에서 새로운 부서로 이동합니다. 입사 후 이곳 회사의 마케팅 본부에서 꾸준히 일한 게 벌써 7년째네요. 한 회사에 7년을 다녔다는 것도 요즘 같은 시기에 주변에서 놀라는 일인데 거기다 한 부서라니요. 새로 우리 쪽에 편입해 온 동료가 업무 히스토리를 살피다 보면 제 이름이 유독 많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저도 알게 모르게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광고를 전공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당연하고 안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중 성향이 잘 맞는 리더를 만나는 행운이 따랐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기도 했죠. 몇몇 사람에겐 이제 와 직무를 바꾼다고 나선 것이 의아한 선택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분야의 이직이라면 몰라도 전직을 한다는 건 꽤 도전적인 선택이니까요.




조금은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6월쯤이었나 새로 팀을 옮기게 될 것 같다고 주변에다가도 많이 이야기하고 그랬었는데, 그거 되게 섣부른 짓이었죠. 제 거취와 관련해 막판에 내린 회사의 결정은 저의 의지와는 달랐고, 저는 이 부서에 남게 되었습니다. 다 된 밥이라 생각했던 터라 몹시도 좌절했었고 몇 달의 슬럼프를 겪어야 했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무산된 것이 저에겐 상처였습니다. 앞으로 호들갑 떨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는 별개로 한 번 떠버린 마음으로 인해 고여가는 이곳에 남아있는 것 그 자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였습니다.



근래 들어 다시 한번 면담의 자리가 있었고 저는 다시 제가 처해있는 상황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내용을 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우연히 얻게 된 이직의 기회와 면접을 볼 의사가 있음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죠. 모든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그전부터 오래간 팀장님과 맺어온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때마침 적절한 기회가 다시 왔고 덕분에 다시 한번 제 오랜 꿈을 향한 이적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호들갑 떨지 않고 2번의 정식 면접까지 거쳐서 무사히 전입 배정을 확정 짓게 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부서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게 되었네요.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여러분은 어떤 선택 속에 살고 계시는가요?



돌이켜보면 신입사원 첫 서류를 낼 때부터 저는 두 갈래 길에서 고민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전공과 수상, 인턴 모두 마케팅 쪽이었다 보니 취업의 문은 이쪽에 더 열려있었거든요. 기획 부서는 신입사원을 잘 뽑아주지 않았기에 몇 년간 일하다가 옮겨가야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4~5년 정도 일한 후에 옮겨야겠다는 (조금은 지연됐지만) 그 막연했던 시간들이 흘러 이제는 실제 전직이라는 사건으로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둘 중 어떤 직무가 더 뛰어나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다만 각각 필요로 하는 성향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네요. 특유의 재기 발랄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마케터에 비해 기획자, PO로 일한다는 건 좀 더 단호한 리더의 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저에게 있어 이번의 직무 이동이 주는 의미란, 업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근날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일부터 새로 해야 하는 전학생 스트레스 비스름한 것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군요.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큰 걸 보니 제가 정말 기다려온 날이 맞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몇 달, 몇 년은 고생하겠죠? 그래도 회사 가는 날이 기다려지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네요. 재밌게 배우고 즐겁게 일할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기대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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