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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지강씨 Oct 03. 2023

등산이 인생과 닮았다는 건

불수사도북 체험기

#불수사도북


서울 강북의 5대 명산을 종주하는 코스로서 그 거리와 누적고도는 국내 탑이고, 체감 난이도는 지리산 화대종주에 비견된다고 한다. 누가 나한테 무박 2일 잠 안 자고 20시간 넘게 산만 타자고 하면 웬 미친 소리하냐고 했을텐데.. 날 좋은 추석 연휴 스스로 그걸 한다고 질러버렸다(?) 총 운동시간 20시간 46분, 총 거리 46.8km, 8만 4 천보, 누적고도 3,200m. 산소가 부족해 숨이 턱턱 막혔던 후지산도, 처음 출전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10km 마라톤의 경험도. 이짓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였다.

전체 코스 중 총 11군데에서 GPS 및 얼굴사진 인증을 요구하는 미션. 재밌는 건 각 5개 산의 정상에 모두 오르는 데 드는 에너지는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코스 설계 상 하나의 산에서도 여러 봉우리를 오르게 하는데, 정상을 찍고 나서 다시 내리락 오르락하는 나머지 구간에서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정상을 찍는 것만이 등산의 전부라 생각했던 나에게 ‘종주‘의 의미를 새로이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등산이 삶과 닮았다는 건 오르막이 있되 필연적으로 내리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등산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대부분 두 다리로 어딘가 오르는 것에 대한 힘듦을 떠올리지만 막상 다녀보니 진짜 고통은 내리막에 존재하더라. 낙엽이나 암릉면을 밟아 미끄러지지 않게 발딛음을 2배로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정상을 향해 올랐던 집중력과 목표의식이 한바탕 지나간 후 '언제 내려가' 하는 인내의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성취감 도파민으로 정상까지 빠르게 오르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면, 막상 내리막 능선을 맞이했을 때 다 털려버린 하체로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다. 긴 레이스를 생각한다면 초반에 너무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과 체력에 맞는 페이스를 설정하는 것이 더 길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을 등산과 러닝을 통해 이제야 참 많이 배웠다.




올 3분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월 100km 러닝, 체중 10kg 감량, 후지산 등산, 10km런 45분대 진입. 꾸준히 노력하면 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풀충전한 멋진 시기였다.


“못할 것 같아?”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셀프 주문은, 시간과 공을 들여 목표한 일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 얼마나 기쁜 성취감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근거가 되어 주었고, 실제로 노력으로 일궈낸 그곳엔 매우 큰 행복감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다만, 바라마지 않던 버킷리스트 몇 개 달성했다고 그 순간 인생의 레벨이 띵 오르는 게 아니었더라. 결국엔 오르락내리락하고야 마는 긴 능선 처럼, 과정을 어떻게 안착시키는가가 내 삶에 더 중요한 요소였다. 앞만 보고 달릴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을 가끔씩은 부러 멈춰 서서. 심박수는 어떤지, 날씨와 주변 사람들은 어떤 상태인지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함을. 결국 고통의 순간이 지난 후 과정의 깨달음이 모여야만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잡게 되고, 다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주느라 전우애마저 생겨버린 5명의 전사들에게 이 영광을. 몸은 터지겠고 마음은 꺼지겠는 이 순간을 버텨준 스스로에게 칭찬과 박수를.

미친듯이 달렸던 3분기 마지막 날.


#미션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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