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딴짓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며 웹소설을 읽고 앞사람의 풀린 신발끈이 신경 쓰이고 동시에 새로운 광고판을
훑어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성인 ADHD라는 병명은 없지만 ADHD에 걸린 성인은 있다.
스스로 ADHD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의심한 적도 없지만 나도 저 중에 두~세 가지 정도는
동시에 할 수 있다.
아니 이미 하고 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대부분 집중력이 좋을 것이다.
나는 집중력이 좋지 않다. 입시할 때도 하루 최대 4시간 정도가 한계였다.
어머니도 공부하실 때 짧고 굵게 하셨다니 이건 어머니의 영향이겠지.
물론 엄마는 공부를 잘하셨고 나는 못했지만.
다행히 글은 그 어떤 창작보다 접근성이 좋다. 펜과 종이도 필요 없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심지어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며 앞사람의 풀린 신발끈과 새 광고판이 신경 쓰여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가끔 딴짓 같다. 스쳐가는 일상의 영감들을 메모장에 기록하는 것도 딴짓에 일종이다.
지금 글을 쓰는데도 그렇다. 분명 adhd가 글을 쓰는데 장점도 있다 뭐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머니 얘기를 잠깐 쓰니 까먹어버렸다. 메모를 봐도 떠오르는 게 없다.
글쓰기는 가끔 꿈에 그리던 장난감을 설명서 없이 조립하는 것 같다.
멋진 이야기가 떠올라도 막상 글로 옮기려니 답답할 때가 있다.
반대로 백지에서 시작한 글쓰기가 좋은 작품이 될 때도 있다.
이건 중간에 노선이 바뀐 글인데. 뭐 어때.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