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연대기 [별책]
새로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생겼다.
이름은 <에세이 어드벤트 캘린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한 가지씩 선물을 뜯어보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응용한 것.
어드벤트 캘린더가 원래 어떻게 생겼냐 하면, 튼튼한 종이로 만든 12월의 입체 달력처럼 생겼다. 일자가 적힌 종이를 뜯으면 선물이 나온다. 킨더나 고디바의 어드벤트 캘린더는 초콜릿이 나오고, 록시땅이나 디올의 어드벤트 캘린더에서는 화장품이 나온다. 나는 이전에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인 LCDC의 어드벤트 캘린더를 구입한 적이 있다. 가격이 무려 십 만원쯤 하는데, 꽤 즐겁게 갖고 놀았다.
아무튼, <에세이 어드벤트 캘린더>의 핵심은 매일 단어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꽃시장, 커피, 초콜릿, 유럽, 여행, 책, 자극, 영감, 운전, 겨울, 북어, 독서모임, 미술관, 두부, 카드, 연필 등.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들로 캘린더를 구성한다.
20일 정도 매일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에세이를 제대로 쓰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포부. 랜덤한 단어가 글감이 되는 건 또 다른 종류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과연 완성(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 요전에도 비슷하게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름하야 <10개의 토요일>, 23년에 토요일이 10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매주 토요일에 회고록을 쓰기로 한 것. 물론 타이밍은 지나갔고, 23년의 토요일은 7번이 남았다. (애매하다)
+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다시 독립출판물로 만들고 싶다. 원래 어드벤트 캘린더는 종이로 만들어져 물성이 있는 것이니까 출판물이 된다면 더 매력적일 것 같다. 방식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상에서 발견한 온갖 카피를 모으는 작업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정신적인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유독 좋은 카피가 눈에 띈다. 샵에서 물건을 소개하는 사려 깊은 문장, 센스 있는 안내문, 투박하지만 매력 있는 동네 간판, 프로 작가나 에디터가 쓴 탁월한 문장, 유독 울림을 주는 기사 헤드라인 등. 이케아나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일관된 캐릭터의 카피도 마음에 든다.
그때마다 카피를 모아서 무엇이 좋은지, 왜 좋은지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끈기가 없어 하지 못했다. 수집서나 백과는 웬만한 끈기가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내가 하고 싶던 건 그 문장만 떼어오는 것이 아니라, 카피의 맥락이 담긴 이미지를 통째로 갖고 오는 것인데. 이를테면 길을 지나가다 본 간판이나 안내문이라면, 골목이 통째로 보이는 사진을 갖다 싣고 싶고, 웹 기사의 한 부분이라면 그 매체의 레이아웃과 서체가 그대로 보이게 싣고 싶다. (이제 저작권 문제는?) 이미지가 들어오는 순간, 그 이미지의 톤도 일관되게 맞춰야 하고... 그렇게 난 생각하다 지쳐버렸다.
왓츠뉴 디자인/왓츠뉴 공간 : 디자인이나 공간에 포커스를 맞춘 큐레이션 콘텐츠. 여태 가구와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면서 업계에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에서 나왔다. 커리어와 연결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음.
신혼집 인테리어 기록 : 손그림이 있는 독립출판물을 구상했으나,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 일단 인스타그램 채널을 하나 만들고(@chaeghouse), 인테리어 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오늘의집 에디터 연락을 받았다. '온라인 집들이'를 쓰는 건데, 이게 이렇게 선제안 시스템인 줄 몰랐다. 처음엔 분명 인테리어 과정을 좀 깊이 있게 담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모든 콘텐츠가 '오늘의집스러워져' 조금 지쳤다. (이쪽은 소통도 활발하다. 뜻밖의 리빙업계 체험. 새로웠다.)
문구와 필사 : 문구 소개와 시 소개를 동시에! 매일 다른 문구로 매일 다른 시를 필사하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블랙윙 연필로 쓰는 유진목 시랄지, 톰보 연필로 쓰는 황인찬 시, 모나미 153으로 쓰는 김소연 시 등등. 서로 그다지 상관은 없다. 생각만 해봤다.
언제나 구상은 재밌고 실행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