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라는 말 대신, 나를 지키는 작은 습관들
오늘도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으셨나요?
빼곡히 적어둔 계획표를 모두 지우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며 못내 아쉬워하고, 상사의 무심한 한마디에 내내 자신의 부족함을 곱씹고, 반짝이는 SNS 피드 속 타인의 삶과 나의 하루를 비교하며 조용히 무너지던 밤. 우리에게는 그런 밤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이 글은 당신에게 ‘더 잘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또 하나의 성공 법칙을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글은 불완전함을 향한 안내서가 되고자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오히려 그 사소한 흠집들이 모여 당신의 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만드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완벽주의’라는 말은 종종 칭찬처럼 쓰입니다. 꼼꼼하고, 책임감 강하며, 높은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의 특성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많은 경우, 완벽주의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됩니다.
심리학자 휴이트(Hewitt)와 플렛(Flett)은 완벽주의가 오히려 우울, 불안, 번아웃을 유발하며 성과를 떨어뜨리는 ‘완벽주의의 역설’을 이야기합니다. 실패가 두려워 아예 새로운 도전을 피하고 있지는 않나요?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 사소한 오타 하나가 있을까 봐 수십 번을 다시 열어보느라 정작 더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를 과정의 즐거움이 아닌 결과의 압박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100점이 아니면 0점이라고 여기는 흑백논리는 작은 실수 하나로 하루 전체를 ‘실패’로 규정짓게 만듭니다. 우리는 완벽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닿기 위해 현재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결국 지쳐 쓰러지게 됩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완벽주의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많은 경우, 그 목소리는 우리 내면 깊숙한 곳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 양쪽에서 동시에 들려옵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내야지. 남들은 더 잘하고 있어.”
“실수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나를 무능력하다고 볼 거야.”
이런 내면의 비판자는 끊임없이 우리를 채찍질합니다. 이는 ‘자기 지향 완벽주의’의 목소리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립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안정적인 가정, SNS 속 행복한 모습들. 미디어가 전시하는 ‘완벽한 삶’의 기준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를 강요합니다.
이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너는 아직 부족해”라고 속삭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기회를 빼앗아갑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만, 그럴수록 영혼은 더 공허해질 뿐입니다.
이제 그만,
그 목소리들에게 ‘오늘의 나는 여기까지’라고 말해주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내고 있으니까요.
완벽주의는 단단한 갑옷과 같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갑옷을 겹겹이 껴입습니다. 하지만 연구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진정한 용기는 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취약성’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취약성은 약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미안해요, 제가 실수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입니다.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할 때 우리는 고립되지만,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비로소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완벽함이 아닌 진실함으로 살아갈 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 자신에게 “이만하면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그 열쇠가 ‘자기 자비(Self-compassion)’에 있다고 말합니다. 자기 자비는 실패하거나 실수했을 때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가장 친한 친구를 위로하듯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자기 자비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자신을 향한 친절입니다. 실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고 자책하는 대신 “힘들었겠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둘째, 보편적 인간성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나만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수와 실패는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마음챙김입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장하지 않고, 그저 ‘아, 내가 지금 속상하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주는 것입니다.
자기 자비는 나를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거나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가장 성숙한 자기 돌봄의 방식입니다.
오늘 하루,
완벽하지 않았던 당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스스로가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일상에서 ‘괜찮다’고 말해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괜찮지 않은 순간들은 계속해서 찾아올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거창한 다짐보다, 하루의 끝에서 나를 지지해줄 아주 작은 습관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결과’로 하루를 평가합니다. 계획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 하루의 성패를 결정하죠. ‘성취 리스트’는 이 관점을 바꾸는 연습입니다. 결과가 아닌 나의 ‘노력’과 ‘과정’을 인정해주는 시간입니다.
Step 1. ‘오늘 내가 시도하고 노력한 과정’ 3가지 쓰기 잠들기 전, ‘해낸 일’이 아닌 ‘시도한 일’을 적어보세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예) “어려운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보고서 초안을 완성하기 위해 자료를 찾았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차분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Step 2. 결과가 아닌 행동 그 자체에 집중하기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그 행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시도했다는 것, 노력했다는 것이 바로 오늘의 성취입니다.
Step 3. 나를 칭찬할 사소한 포인트 1개 추가하기 업무나 의무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했던 아주 작은 일을 찾아 칭찬해주세요. (예) “점심시간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했다”, “피곤했지만 스트레칭을 5분 했다”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숨기려 합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라,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의 작은 실패를 ‘기념’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Step 1. 일주일에 한 번, ‘나의 작은 실패’ 떠올리기 야심 차게 도전했다가 망친 요리, 회의에서 했던 사소한 말실수, 하루 걸러버린 아침 운동 등 이번 주에 있었던 작은 실패를 하나 떠올려보세요.
Step 2. ‘실패 노트’에 기록하고 배운 점 찾기 실패한 사실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혹은 무엇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지 딱 한 문장만 덧붙여보세요. (예) “계란말이를 태웠다. 다음엔 불을 더 약하게 조절해야겠다.”
Step 3. 스스로를 격려하며 의식 마무리하기 “새로운 시도를 한 나, 정말 용감했어!”라고 스스로를 격려해주세요. 좋아하는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짧은 음악을 듣는 등 실패를 기념하는 작은 의식을 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작은 습관들은,
당신의 하루가 100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었음을 알려주는
가장 다정한 증거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일도 실수할 것이고, 계획은 틀어질 것이며, 때로는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삶의 의미는 단 하나의 흠결도 없는 무결점의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려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요. 삐뚤빼뚤한 선이 모여 개성 있는 그림이 되듯, 우리의 불완전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라는 단 한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이 글은 정답을 제시하는 지도가 아닙니다. 그저 어두운 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곁을 비춰주는 작은 손전등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이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며, 당신의 하루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돕는 다정한 목소리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완벽하지 않았기에,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사실을.
부디,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