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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는 자동재생 중입니다

무기력을 끝내는 가장 작은 선택의 기술

by 하레온

오늘도 '자동재생'된 하루를 사셨나요?


눈을 떴는데 어제와 똑같은 풍경. 손이 스마트폰으로 먼저 향하고, 출근길은 늘 같은 정체. 어제와 오늘을 구분 짓는 건 달력의 숫자뿐입니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라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답답해진다면, 당신은 지금 '자동재생'되는 하루의 늪에 빠져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아갑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간 관리 앱을 깔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루가 끝날 때면 만족감보다는 공허함이, 성취감보다는 피로감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마치 내 시간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처럼,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다가 방전되어 버린 기분. 우리는 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


그것은 바로 '하루의 주도권'입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너무 많은 '해야 할 일(To-do)'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Want-to-do)'을 선택할 힘을 잊어버렸습니다. 이 글은 거창한 목표나 완벽한 루틴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잃어버렸던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는 가장 단순하고도 강력한 방법, 바로 '아주 작은 의식적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하루는 스스로를 위해 쓰여질 수도, 세상에 의해 소비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단 하나, 지금의 선택입니다.




1부: 아주 작은 '선택'이 뇌를 깨운다

Image_fx - 2025-09-25T161546.850.jpg 인간의 머리 실루엣 속, 반복되는 패턴에서 벗어나 밝게 빛나는 하나의 길을 표현한 이미지.


의식적인 선택과 무의식적 습관의 차이 (뇌과학적 접근)


우리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 예를 들어 양치질을 하거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과 같은 일들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냅니다. 이는 뇌의 '기저핵'이라는 부분이 관장하는 '무의식적 습관' 덕분입니다. 뇌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주 하는 행동들을 자동화하여, 마치 컴퓨터의 단축키처럼 저장해 둡니다. 덕분에 우리는 일상의 수많은 과업을 큰 부담 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자동 항법 장치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를 어제와 똑같은 오늘에 가두고,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무기력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가 흘러간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삶의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믿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이것은 뇌의 CEO라 불리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전전두피질은 목표를 세우고, 상황을 판단하며, 충동을 억제하는 등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합니다. 매일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오늘은 라떼를 마셔보기로 '결정'하는 아주 사소한 순간, 우리의 전전두피질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선택'이라는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동 항법 모드를 끄고 수동 조종 모드로 전환하여 하루의 운전대를 직접 잡게 되는 것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문장: 자극과 반응 사이, 당신의 공간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 존엄성의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힘이 있으며, 그 반응 속에 우리의 성장과 자유가 있다."


우리의 일상에도 수많은 '자극'이 존재합니다.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 만원 지하철의 불편한 공기, 상사의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 같은 것들입니다. 대부분 우리는 이 자극에 즉각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반응'합니다. 알람 소리에는 짜증으로, 만원 지하철에서는 인상 찌푸림으로, 상사의 지시에는 스트레스로 말입니다.


하지만 프랭클이 말한 '공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극을 받은 직후,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전까지 존재하는 아주 짧은 틈.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입니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짜증을 내는 대신,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 것에 감사하자'고 마음먹을 수 있는 공간. 상사의 지시에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이 일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간. 이 공간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로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는 핵심 열쇠입니다.



'선택'이라는 스위치를 켜는 순간


결국 무기력은 '선택의 부재'에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기력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아주 작은 선택만으로도 다시 활력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 퇴근길의 경로를 바꾸는 일, 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책을 펼치는 일.


이런 작은 선택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 행위 자체가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뇌에 끊임없이 각인시키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강해집니다. 작은 선택 근육을 단련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더 큰 삶의 문제 앞에서도 주도적으로 자신의 길을 결정할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뇌를 깨울 첫 번째 선택은 무엇인가요?




2부: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는 첫걸음

Image_fx - 2025-09-25T161618.730.jpg 한 손이 펜을 들고 노트에 빛나는 체크 표시를 하며 작은 성취감을 나타내는 미니멀 이미지.


가장 작은 선택 연습: 아침의 첫 1분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는 연습은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시간은 바로, 아침에 눈을 뜬 직후의 '첫 1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며 수동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여기, 평범한 직장인 '김대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의 아침은 늘 똑같았습니다. 알람을 끄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밤사이 온갖 자극적인 소식과 메시지들을 머릿속에 쏟아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설 때면, 이미 그의 머릿속은 처리해야 할 업무와 걱정거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단 하나의 선택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알람이 울리고 스마트폰으로 향하려던 손을 멈추고, 침대 옆 창문을 열어 1분간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의 소음이 아닌, 고요한 새벽 공기로 하루를 시작하자 조급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늘 하던 모바일 게임 대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어젯밤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의 첫 1분이라는 아주 작은 선택 하나가,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한 일'로 바꾸는 법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은 바로 '해야 할 일'이라는 압박감입니다. '보고서를 써야 한다', '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와 같은 생각들은 우리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듭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단어 하나만 바꾸면, 우리는 상황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써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 보고서를 통해 내 분석력을 보여주기로 선택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내 건강을 위해 30분간 걷기로 선택한다."


이처럼 '해야 할 일(Have to)'을 '하기로 한 일(Choose to)'로 언어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이것은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수동적인 의무감에서 능동적인 의지로 전환하는 강력한 심리적 스위치입니다. 오후 3시, 가장 피곤한 시간에 김대리는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 대신, '지금 나에게는 5분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창밖을 보기로 선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은 인식의 전환은 그에게 통제력을 선물했고, 남은 오후의 업무 효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나만의 '하루 선택 노트' 작성하기


우리의 선택은 너무나 사소해서 쉽게 잊히곤 합니다.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선택들을 했는지 기록하고 음미하는 과정은, 하루의 주도권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거창한 일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잠들기 전 5분, 오늘 하루 내가 했던 '의식적인 선택'들을 떠올려보고, 그 선택이 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단하게 기록해보세요.



� 오늘의 작은 선택 기록 예시


아침에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5분 바라본 선택
→ 조급함 대신 차분함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기분 점수는 4점.


점심에 늘 먹던 메뉴 대신 새로운 식당을 간 선택
→ 익숙함에서 벗어나 작은 설렘을 느꼈고, 기분 점수는 4점.


퇴근 후 TV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은 선택
→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기분 점수는 5점.


이 노트를 쓰다 보면, 당신의 기분과 만족감이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힘이 온전히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나가며: 당신의 하루는 당신이 결정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하루를 꿈꾸지만, 사실 그런 날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고,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살아내는 것입니다.


이 글은 '완벽한 30일 루틴'이 아니라, 단 하루의 선택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하루'만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달라진 것입니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점심에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어떤 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그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의 하루는 스스로를 위해 쓰여질 수도, 세상에 의해 소비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단 하나, 지금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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