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좋은 것을 먼저 보는 마음

결함보다 빛나는 달을

by 하리

11. 좋은 것을 먼저 보는 마음

#나의무해한글쓰기


얼마 전 다녀온 김민정 시인의 북토크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김민정 시인은 장점을 잘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했던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단점도 잘 봐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렇다. 장점이 보이면 단점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천사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거다. 타인의 단점을 발견하더라도 그것보다 장점을 보려는 마음, 단점을 지적하고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 그 마음이 내겐 없었다. 나는 단점을 잘 보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싫은 것도 거슬리는 것도 참 많은 사람이었다. 나 자신이 완벽한 인간일 수 없음에도, 나에게도 단점이 충분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랬다. 미숙하고 못난 시절이었다. 부정의 기운이 어주 짙은 밉살스러운 나를 다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좋은 것을 먼저 보고 좋은 것을 더 바라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미숙한 사람이라 여전히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 나를 상처 주거나 괴롭히면서까지 참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타인을 바라볼 때 조금은 너그럽고 뭉툭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냉정하고 사나운 기운이 아니라 다정하고 따스한 기운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필사친구들과 제인 에어를 함께 읽고 있다. 내 마음에 딱 필요한 문장을 만났다.



p.95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다! 가장 맑은 달의 표면에도 그 정도 결함은 있다. 그런데 스캐처드 선생님 같은 사람의 눈에 그런 사소한 결함만 보이고 아주 밝게 빛나는 달은 보이지 않나 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고 누구에게나 결함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사람에 따라 결함만 보이기도 하고 결함보다 빛나는 달에 더 눈길을 주기도 할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결함 따윈 더더욱 보이지 않기도 하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때 빛이 더 눈에 들어올 테니까 말이다.

스스로 결함이라 여겼던 부분들이 누군가에겐 전혀 결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단점과 결함만을 보느라 아름답게 빛나는 달을 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건너 나는 여기에 도달했다. 서툴고 나약한 나를, 결함투성이었을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안아주던 당신 덕분이다. 당신이 완벽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빛나던 당신을 좋아했으므로. 비록 당신은 없고 혼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 힘으로 단단해졌으니.

더 나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빛나는 달을 먼저 보아야지. 그렇게 내가 나인 것이 부끄럽지 않게 나를 다듬어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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