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의 시인에게

안희연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by 하리

#나의무해한글쓰기






희연님,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 전주의 작은 서점 물결서사에서 만나고 오랜만이네요. 올 겨울 가장 추운 겨울밤에 대구에서 희연님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우리는 인연이 무척이나 애틋해요.

저는 희연님을 떠올리면 애틋해지고 말아요. 제가 시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거 아시죠? 하지만 시는 늘 어렵기만 했어요.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날이면 시를 찾았어요. 희연님이 저를 알아봐 주고 저의 글씨를 기뻐해주셔서 저는 그게 그렇게도 으쓱해지곤 했지요.

희연님과 함께 걷는 당근밭에서 왈칵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그때 분명 제 손을 다정히 잡아주셨던 거 맞죠? 그래서 저는 시인을 따라 걷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나 봐요.

당신은 무엇을 줍는 사람이냐고 물었지요? 저는 예전부터 무언가를 많이도 줍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했을 거예요. 버려둔 마음, 남겨진 마음, 그런 것들을 줍느라 나아가질 못했던 것 같아요. 별 볼 일 없는 마음, 시시한 하루, 헛발질하는 순간들을 놓지 못하고 부단히도 줍고 또 주웠지요. 그러나 희연님을 만나고 희연님의 시를 만나고 희연님의 산문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주웠던 그 순간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것을요. 그래서 희연님은 제게 애틋하고 따스한 사람이에요. 희연님을 통해 별 볼 일 없는 순간이 아니라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였습니다.

만날 때마다 뭉클한 눈빛으로 덥석 제 손을 잡고 안아주시는 희연님을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제 마음속에도 사랑이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벌써 그립습니다. 그리움이 넘쳐서 보고 싶어 지면 그때 우리 또 만나기로 해요. 사랑이 넘치는 나의 시인에게 사랑을 담아 보냅니다.

앞으로도 나의 삶은 그런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다. 매사 헛 발질만 하며 사는 것 같아도 그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었음을 부정할 수 없듯이. 그걸 모르지 않기에 삶은 더욱 애틋하고 한 걸음은 언제나 멀 것이다. 119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하나의 시선 사랑해요♡







그냥 씁니다.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에서 벗어나 일상의 반짝임을 찾고 싶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하루를 나의 무해한 글쓰기로 오롯이 나를 돌보는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사뿐사뿐 걸어보아요 우리.

#매일글쓰기 #일상하리 하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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