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나의무해한글쓰기
어딘가 행동이 부산스러운 사람을 싫어한다. 목소리가 너무 크고 말투가 사나운 사람을 싫어한다. 눈빛이 매섭고 무뚝뚝한 사람을 싫어한다. 어둡고 음침한 사람을 싫어한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을 싫어한다. 눈치 보면서 눈치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과하게 들이대거나 확대해석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싫었다. 어릴 때부터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미움받고 싶지 않았지만 실수투성이라서 자주 혼나곤 했다. 혼나는 일이 잦다 보니 자꾸만 위축되는 나를 발견했다. 사랑받고 싶어서 아등바등 애썼는데 내 곁에는 그런 나를 귀찮아하고 성가셔하는 사람뿐이었다. 사랑받지 못해도, 미움받아도 그럴만해서 그렇다고 믿게 되었다. 깊은 자기 비하와 애정결핍으로 망가진 채 자랐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당연하게 여겼고 혹시라도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믿지 않았다. 미움받을 용기는 없어서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내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밀어냈다. 아니, 공격적으로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나를 지키려고 뾰족한 방어막으로 나를 감쌌다. 아무도 나를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그렇게 어리석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햇살 같은 사람이었다. 공격적인 방어막을 뚫고 들어와 나를 쓰다듬어 주었다. 모난 모습 뒤에 숨겨진 나의 연약함과 섬세함을 알아봐 주었다. 햇살 같은 사람들은 떠나가기도 했고 내가 손을 놓기도 했다. 인연은 계절처럼 자연스레 흘러간다. 여러 계절을 건너 지금에 이른 사람들도 있지만 계절 사이사이 폭풍우에 휩쓸리기도, 폭설에 주저앉기도 하며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잃어버린 사람들도 나에게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발자국 같은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에서 위로와 격려를 한다고 해도 결국 변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나를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할 힘을 얻었다. 기억력이 무척 좋은 편인데 그 기억들이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 망가졌다고 믿었던 어렸던 그 시절이 왜곡되어 있지는 않을까.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 ‘우리들이 있었다’에서 야노가 했던 말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기억의 단편과 단편을 재구성한 창작물이라고, 기억을 떠올리는 건 환상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아주 오래전이라 정확하지 않음) 지나간 환상 속에 갇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온 건 나 자신이다. 나는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책을 읽었고 여행을 떠났고 사진을 찍었다. 필사를 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글을 썼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
어딘가 행동이 부산스러운 사람을 싫어한다.
(긴장했구나?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돼.)
목소리가 너무 크고 말투가 사나운 사람을 싫어한다.
(이런... 이건 고쳐야만 한다.)
눈빛이 매섭고 무뚝뚝한 사람을 싫어한다.
(너는 충분히 귀여워,라고 믿기)
어둡고 음침한 사람을 싫어한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자.)
감정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을 싫어한다.
(스트레스받았니? 심호흡을 해보자.)
눈치 보면서 눈치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좋은 걸 먼저 보는 연습을 해야겠지?)
과하게 들이대거나 확대해석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호의를)
나를 다정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서 다정해질 수 있었다. 다정하지 않은 나를 다정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무조건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겠지. 모두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미워하더라도 괜찮다. 나를 미워하는 당신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미 나를 충분히 미워했기 때문에 그만 미워해도 된다. 나를 보고 싶은 대로 보길 바란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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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에세이 #하리그라피
✨️ 그냥 씁니다.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에서 벗어나 일상의 반짝임을 찾고 싶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하루를 나의 무해한 글쓰기로 오롯이 나를 돌보는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