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

저랑 밥 먹을래요?

by 하리


#나의무해한글쓰기


요즘 보고 있는 일드가 있다.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라는 드라마다.



잔뜩 만들고 싶은 노모토와 잔뜩 먹고 싶은 카스가,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으로 우연한 계기로 함께 식사하며 친해지게 된다. 노모토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카스가를 보며 기뻐한다.

나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솜씨가 좋은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랐고 엄마가 요리할 때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구경하다 보며 엄마를 도와 요리를 해보기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이것저것 요리하는 것을 도전해 보았던 것 같다. 할머니댁에서 제사를 지낼 때면 전을 부치는 일을 종종 돕기도 했다. 나에게 요리는 귀찮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즐거운 일이었다. 먹깨비, 먹보대장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고 한다.


나만의 주방이 생기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요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십 대 초반에 동생과 함께 자취를 하게 되면서 작지만 나만의 주방이 생겼다. 동생과 함께 장을 보고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만들어보았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도 했고 동생의 집들이에 출장뷔페처럼 가서 요리를 하기도 했다. 동생은 회식을 하고 돌아오면 밥을 찾았다. 그러면 해장라면이나 김치찌개를 끓여서 먹이고 재웠던 날들이 꽤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열고 달려갔다.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더 거침이 없었다. 그게 어른이든 아이든,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었다. (굉장히 빠르게 불타오르고 빠르게 식었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게 요리였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시간, 그 요리를 함께 먹는 시간,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나의 시그니처 음식이라고 할까. 전투복 같은 음식이라면 김밥이다. 엄마는 김밥을 특히 예쁘게 만들어서 초등학교 소풍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였다. 그런 엄마를 닮았는지 나도 김밥을 잘 만드는 편이다. 종종 자랑삼아 SNS에 올린 적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김밥을 해주고 싶어진다. 나의 김밥을 먹어봤다면 아마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요리에 마음에 담는 일.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 직접 요리를 하지 않더라고 함께 밥을 먹는 일. 그렇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사이. 나에게 이게 사랑이다.

제 식탁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요리를 바탕으로 한 일상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면 여성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음식을 잘하는 노모토를 결혼하기 좋은 여성, 좋은 아내나 좋은 애인으로 표현하는 차별적 시선이나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카스카,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거식증에 걸린 나구모 등 여성이 겪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결국 요리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한다. 가족관계, 직장문제, 트라우마, 성소수자까지 여성의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차분하고 잔잔한 일상, 맛있는 음식, 그리고 배려와 존중, 사랑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원작만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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