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서야 그때의 후회스러운 순간이 두고두고 생각나는 과거에 붙들려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작이 늘 두렵고 무섭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보다 두려움이 더 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커졌던 마음만큼 물러나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홀로 걷는 것이 편했다. 곱씹고 되새기고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오래오래 지난 시간을 되돌렸다. 그것이 나의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이었고 동시에 나를 망가뜨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불현듯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두 눈으로 담기에도 모자랐던 그 찰나의 순간을. 슬프게도 나는 그 마음을 꼭꼭 숨겨버렸다. 여전히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게 무서워서 새어 나오는 마음을 눌러 담으며 오늘도 읽고 쓰면서 잘 지내는 척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