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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19. 2024

어느 날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요즘은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걷는 길에 보이는 초록의 풍경들이 예뻐서 사무실에 금세 도착해 버려. 지난번엔 벚꽃비가 날려서 넋을 놓고 보다가 지각할 뻔하기도 했다니까. 점심 먹기 전에도 20분 정도 잠깐산책을 해. 점심을 12시 20분쯤 먹는데 항상 책 보고 필사하고 그랬거든? 봄이 오니까 그 시간이 아까운 거야. 퇴근하면 어두워지니까. 그러다 보니 골목의 예쁜 풍경이 눈에 보여. 담벼락 아래 민들레. 골목길 작은 집 앞에 금낭화. 커다란 저택 같은 집 마당엔 엄청나게 큰 나무도 있더라. 어제는 무척 예쁜 집을 발견했어. 격자무늬 나무 창에 마루가 있었어. 어처구니없게 그 집이 보자마자 갖고 싶더라. 비 올 때 보고 반했는데 오늘 또 갔어. 햇빛이 비치니 더 예쁜 집이었어.

겨울에는 우울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날이 많았거든. 요즘에는 기분이 좋아. 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어. 일은 하기 싫지만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있어.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나는 행복한 순간에 네 생각을 해.
너는 이제 없는데 말이야.

과거는 언제나 후회뿐이라 나의 계절은 겨울이 길었어. 그래서 나의 겨울이 참 아팠어. 과거에 붙들려 한없이 가라앉아 끝도 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날들이 많았어. 너를 미워하고 싶었지. 그런데 나는 너를 미워할 수 없어서 나를 너무도 많이 미워했어.

이제 그만 미워하려고 해. 어떤 순간이, 어떤 마음이 나를 또 무너지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너를 쓰고 너를 미화하고 너를 그리워하면서. 나의 기억 속에서 미화된 너를 쓸 거야. 이렇게.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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