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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19. 2024

오래전 그날

문득 기억에 붙들리고

오래전 어느 날.
당신이 돌아가고 방 안에 남겨진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났었다. 당신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 마음이 믿어지지 않아서. 바보 같게도 나는 그때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당신을 만나는 것이 기적 같았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마음이 사랑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내내 외로웠다. 채워지지 않는 텅 빈 마음이, 사랑 하나 없는 바싹 말라버린 내 마음이 안쓰럽고 처량해서 참 많이도 슬프고 외로웠다. 깊고 깊은 외로운 숲 속에서 나와 비슷한 당신을 만나 애틋했고 고마웠으며 행복했다.

혼자여서 외로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 알았다. 이제는 당신이 없어서 외로워졌다는 것을. 이제는 더 큰 외로움에 갇혔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오래도록 외로운가 보다. 혼자가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헤어지던 그날, 당신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이도 울었다. 생각해 보면 계속 그랬다. 당신과 만나는 동안에도 나는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눈물이 났다. 어떤 순간은 너무 행복했고 어떤 순간은 불안했고 어떤 순간은 두려웠다. 나는 사랑을 하는 동안에도 늘 그랬다. 그게 우리가 헤어지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사랑만 할 것을. 어쩌자고 끝없는 영원을, 완벽한 마음을 꿈꿨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괜찮다고 참았으며 사랑을 아꼈다. 사랑을 알지 못했고 나를 사랑하지 못했으며 당신을 놓쳤다. 나는 늘 이렇게 뒤늦은 후회에 연연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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