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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22. 2024

010. 토스로 티끌 모아 모아

걷기만 해도 10원

만보기 : 걸음 수를 측정하는 기계. 걸음을 뗄 때마다 그 횟수를 세어 자동적으로 계기에 나타내 준다.


사무실에 토스열풍이 불었다. 토스는 처음 시작할 당시 아는 사람들에게 초대문자를 보내면 소정의 금액을 받을 수 있었던 이벤트로 기억하고 있다. 그 후는 사용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져 있었는데 사무실에는 토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출근하면 너도나도 토스에 접속했고 서로가 친구추가를 하면 10원씩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동참하지 않다가 옆 자리 동료가 매번 켜달라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하게 되었다. 몇 달간은 하루에 100원에서 많게는 200원까지 적립할 수 있었다. 젊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과장님까지 함께하게 되자 토스는 아침행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의 블루투스를 켜고 친구에게 10원 받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토스를 만보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워낙 걷지를 않으니 간신히 10원, 20원을 얻는 처지였다. 아웃사이더 같은 내게 토스로 누군가랑 이야기를 나누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뒤늦게 동참한 과장님이 아침이면 돌아다니며 외친다.


"토스 켜!"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10원을 받기 위해 토스를 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웠다.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서 점심시간 산책이 루틴이 되었고 만보기미션으로, 모두의 토스타임으로 10원짜리 티끌을 열심히 모을 수 있었다. 무려 10,000원이나 모았다. 과장님 덕이다. 하하하하하. 생각보다 10원이 쌓이는 속도는 빨랐고 토스는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토스가 포인트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친구를 맺으면 20명까지는 10원을 주더니 이제는 4명까지 10원을 주고 그 후로는 3원, 친구가 아닐 경우에는 1원을 준다. 나는 하루 200원이면 충분한데 이제 200원은 고사하고 100원도 벌기 어려워졌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게도 정책이 바뀌고 나니 전보다 토스가 시들해졌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휴대폰을 꺼내 토스를 켜던 게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토스타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토스가 시들해지니 피크민이 나타났다. 어제 처음 시작한 피크민은 B님 덕에 알게 되었는데 걷기를 하면서 모종을 심고 꽃을 피울 수 있다. 꽃을 심고 키운다니 이건 내 스타일이잖아? B님은 피크민 덕에 만보 걷기도 달성했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많이 걸어야 천보....? 나는 잘 걷지 않기도 하지만 휴대폰을 들도 다니지도 않고 워치도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니 3 천보를 걸었다. 어쩐지 오후에 너무 피곤하더라. 그래도 빨리 꽃밭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만보기, 피크민과 올여름 열심히 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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