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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23. 2024

011. 탈락했습니다!

쓴다는 것은 실패의 연속이던가

투고 : 의뢰를 받지 아니한 사람이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실어 달라고 원고를 써서 보냄. 또는 그 원고.

나의 글쓰기의 시작은 대부분이 그러하듯 독후감이 시작이었다. 책이 재미있었고 방학숙제에는 늘 독후감 쓰기가 있었다. 만화에 빠졌던 학창 시절에는 그림 없는 대본집 같은 순정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림을 잘 그렸다면 만화를 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림엔 전혀 소질이 없었으므로 대사와 간단한 설명이 첨부된 글을 연재처럼 조금씩 써서 친구들과 돌려 읽고는 했었다.

중학생 때 학교 시화전 행사에서 처음으로 시를 썼다. 지금의 감성글귀와 같은 시였고 그림을 그리지 못해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출품은 했는지 결과물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로도 SNS의 변화에 따라 싸이월드와 블로그,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까지 꾸준히 무언가를 쓰고 있다. 전에 필사라는 단어를 채집할 때 끈기 없는 나에 대해 얘기했었다. 생각해 보니 이토록 끈질길 수가 있나 싶게 글쓰기에 매달려왔구나 싶다. 진득하게 작가지망생이 되어 글을 쓰는 건 두렵고 평가받는 것도 무섭고 글을 내보이는 것에는 더 용기가 없었던 나는 이렇게 적당히 SNS에 기대 쓰는 욕구를 풀어냈다. 제대로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유겠다.

얼마 전 투고라는 걸 해봤다. 오래 일하던 직장을 그만둔 후에 망가진 마음을 풀어내기 위해 자주 걸었다. 자주 걸었고 책을 많이 읽었고 필사를 미친 듯이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글을 쓰기도 했다. 쓰는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을 때 한 시인이 디엠으로 응원해 주며 지면에서 뵙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썼던 글들을 모아보고 다시 써보기도 하다가 그중 하나를 투고했고 선정메일은 오지 않았다.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될 리가 있나라는 생각이 뒤엉켜 좀 복잡한 시간을 보냈었다.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쓴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기대와 자만, 위로와 절망, 기쁨과 슬픔, 이 사이사이에서 춤추는 일이구나.

오늘은 허정허정 걷더라도,

그래서 주저앉더라도,
그런 마음도 쓴다.

계속 쓴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뭐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더 써야 할 말이 많았으나 그제부터 자꾸만 기운이 안 나서 쓰지 못했다. 초코파이가 얹힌 듯.(나의 상사일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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