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비가 오면 당신을 생각해요.
오늘은 날이 흐리더니 오후 늦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토독토독 내리는 듯하더니 세차게도 퍼부었죠.
카페에 앉아 통창 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신 생각이 났어요.
비를 좋아하는 당신이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비를 좋아하는 게 참 외로워 보였어요. 나는 그랬거든요. 비가 오면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빗소리로 가득해요. 세상이 빗소리로 가득하면 나는 그 속에 숨어요. 비는 아무 말이 없이 오롯이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줘요. 고요하고 평온해요.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과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니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당신은 반짝반짝 빛났어요.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사람을 좋아해서 상처받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당신의 선의를 기억해요.
자신의 슬픔과 괴로움보다 타인을 더 배려했던 마음을.
자신이 힘들어도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마는 어쩌면 미련할 수도 있는 타인을 이해 하려 노력했던 마음을.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싫어하는 행동도 몇 번씩 참아내는 마음을.
그래서 결국 터져버린, 체념해 버린 안쓰러운 당신을 생각해요.
어쩌면 모든 게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몰라요.
내 멋대로 착각해 버린, 함부로 판단해 버린 생각일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요.
저 멀리 등대에서 신호를 보내듯 작은 반짝임일까요.
웅크리고 숨어버려도 잊히지 않는 마음의 반짝임일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애틋해요.
나의 위로는 당신에게 가닿지 않을거예요.
나는 이제 그럴 수 없는 사람일테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제 비가 오면 슬픈 사람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