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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27. 2024

그거 알아요?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비가 오면 당신을 생각해요.

오늘은 날이 흐리더니 오후 늦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토독토독 내리는 듯하더니 세차게도 퍼부었죠.

카페에 앉아 통창 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신 생각이 났어요.


비를 좋아하는 당신이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비를 좋아하는 게 참 외로워 보였어요. 나는 그랬거든요. 비가 오면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빗소리로 가득해요. 세상이 빗소리로 가득하면 나는 그 속에 숨어요. 비는 아무 말이 없이 오롯이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줘요. 고요하고 평온해요.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과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니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당신은 반짝반짝 빛났어요.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사람을 좋아해서 상처받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당신의 선의를 기억해요.

자신의 슬픔과 괴로움보다 타인을 더 배려했던 마음을.

자신이 힘들어도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마는 어쩌면 미련할 수도 있는 타인을 이해 하려 노력했던 마음을.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싫어하는 행동도 몇 번씩 참아내는 마음을.

그래서 결국 터져버린, 체념해 버린 안쓰러운 당신을 생각해요.

어쩌면 모든 게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몰라요.

내 멋대로 착각해 버린, 함부로 판단해 버린 생각일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요.

저 멀리 등대에서 신호를 보내듯 작은 반짝임일까요.

웅크리고 숨어버려도 잊히지 않는 마음의 반짝임일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애틋해요.

나의 위로는 당신에게 가닿지 않을거예요.

나는 이제 그럴 수 없는 사람일테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제 비가 오면 슬픈 사람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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