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 May 28. 2024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나는 자주 우울하고 자주 무기력했다. 그래서 이런 나를 오래오래 미워했다. 이런 나를 좋아해 줄 리 없으니까. 내가 나를 미워하니 누가 나를 좋아해 줘도 잘 믿지 못했다.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전부 알 수 없는데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믿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싫어할 거야.
나를 우습게 보는 게 분명해.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징징대고 투덜대는 나를 지긋지긋해하겠지.

그렇게 나는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나를 죽이며 살았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게 됐다.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 내가 거슬려하고 모났다고 생각하는 나의 싫은 부분들이 누군가에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전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감정기복이 심하고 불현듯 내가 미워죽겠는 날이 온다. 사람들의 말들이 전부 가식 같고 거짓말 같은 날도 있다. 그러면 산책을 하고 필사를 한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너는 예민하지만 다정해.
너는 무기력하지만 매일 필사를 해.
너는 우울하지만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너는 거슬리는 게 많지만 좋아하는 것도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괜찮은 게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내가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보낸다.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당신을 좋아하는 건

당신이 완벽해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고

당신의 폭풍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혼자서 힘겨운 파도를 견디지 말라고.

당신의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그거 알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