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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29. 2024

017. 해야 하지만 하고 싶지 않아

조급하다 : 참을성이 없이 몹시 급하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할 일이 밀려 있어서 무척 조급하다. 


나는 지금 조급하다. 서평을 써야 하는 책이 두 권이 있다. 한 권이 진작에 다 읽었지만 서평은 아직이다. 한 권은 아직 다 읽지도 못했다. 이번 달에는 평소에 비해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독서시간에 산책시간을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는데 자꾸만 밖으로 나돌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연휴가 있었고 김현시인 북토크에 갔고 김현경 작가의 북토 크는 취소됐지만 순천여행은 취소하지 않고 놀러 갔다. 예정에 없던 오은 북토크까지, 이번 달은 북토크의 오월이었다. 그런데 왜 책을 안 읽었지....?


나는 지금 조급하다. 매일 글쓰기챌린지를 시작했다. 벌써 17일 차에 접어들었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꽤 큰지 피로감이 엄청나다. 일하면서도 글감을 생각하는데 매일 쓴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이규리 시인이 저마다 낙서장 하나씩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낙서는 요구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며 그냥 받아줄 뿐이라고. 낙서라는 기록이 취향이 된다면 공허하지만은 않을 것이고.(사랑의 다른 이름_아침달 중에서) 조급한 마음에 그저 생각나는 대로 낙서를 끄적이듯 쓴다.


나는 지금 조급하다. 집이 엉망진창이다. 안 그래도 좁은데 밥상, 노트북 책상, 필사 책상까지 방안은 물건으로 가득 찼다. 나는 매일 옷을 갈아입고 한 번 입었던 옷은 바로 빨래바구니에 넣는다.(다들 그렇겠지...?) 그래서 빨래는 항상 쌓여있고 건조대도 매일 나와있다. 건조대만 없어도 좀 나을 것 같은데 빨래는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방의 위생상태가 자신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상태가 안 좋다. 설거지도 쌓여있고 친구에게서 받아온 옷보따리, 개지 않은 빨래, 차 트렁크를 치우면서 나온 신발더미, 읽다만 책들, 세척해야 할 만년필까지 이런 방구석에서 사람이 살 수도 있구나.


나는 지금 조급하다. 할 일이 이렇게도 많은데 자꾸만 미루고 못 본 체하고 늘어져있다. 마음은 조급한데 몸은 한없이 무겁다. 오늘도 간신히 글을 쓴다. 주말엔 청소를 좀 해야겠다.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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