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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30. 2024

018. 있잖아, 나나

이루어지지 않겠지, 완결..

완결 : 완전하게 끝을 맺음.


오래도록 기다리는 만화가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그 만화, NANA.


고마츠 나나와 오사키 나나라는 같은 이름은 가진 여자 둘의 연애 이야기로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두 명의 나나는 우연히 같은 집에 살게 된다. 2000년 7월 연재를 시작해서 2009년을 마지막으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나의 최애만화라고 할 수 있는 이 만화는 이제 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21권을 마지막으로 미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있잖아, 나나로 시작하는 하치(고마츠 나나)의 독백은 늘 마음을 울렸고 마음에 와닿는 명대사가 많아 권마다 명대사를 모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20년이 지났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의존적인 하치와 지나치게 독립적이었던 나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나. 오직 사랑뿐인 어쩌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치. 대마왕을 물리치고 사랑을 쟁취하고 싶은 하치. 렌을 사랑하지만 렌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은 나나.


결국 나나도 하치도 외로웠던 거라고, 불안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젊은 날의 청춘의 모습이었다. 여름밤, 모두가 함께 불꽃놀이를 하던 행복했던 그때.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어도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는 하치의 독백이 가슴 아프던 때가 있었다. 


당시 꽤나 자극적인 소재(불륜이나 혼전임신, AV배우, 성매매 등등)로 논란도 많이 있었으나 우리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이나 외로움, 인간관계, 꿈 등을 하치와 나나에 이입해서 오래오래 곁에 두었던 만화였다. 미완의 상태가 렌의 죽음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았다. 처음부터 해피엔딩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그 끝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를 적어본다. 오랜만에 나나를 떠올리는 밤.


- 있잖아, 나나.

꿈이 이루어지는 것과 행복해진다는 건 왜 별개의 것일까.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


- 그 무렵 난 누군가를 능숙하게 사랑할 수도 없었으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다.


- 배신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어른도 못 됐지만 상처를 받아도 매달릴 수 있을 정도로, 일편단심도 못 됐다. 나의 패배야.


- 만약 우리가 연인 사이였다면 그건, 서로를 꼬옥 품에 안으면 메꿔질 수 있을만한 틈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것일까? 나나를 독점하고 싶었던 게 아냐. 나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을 뿐.


- 있잖아, 하치.

사람은 잃고 나서 처음으로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깨달음은 항상 다시 한번 뒤돌아 봤을 때였던 것 같아.


 - 있잖아, 하치.

너와 살던 그 방은 엘리베이터도 에어컨도 베란다도 없어서 살기는 불편했지만 나는 그 장소가 좋았어. 왜냐면 네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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