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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13. 2024

바다는 잘 있습니다

어떤 기억

*어떤 기억

태백에서의 아침은 선명했다. 여름의 싱그러운 풍경들, 초록의 숲 속, 창 밖의 구름과 바람, 그리고 당신. 지난 밤 술을 너무 마셔서일까? 당신의 표정이 좋지 않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당신의 미간이 풀어지지 않는다. 무엇때문일까?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도, 맛있었던 순두부의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숙취에 시달리는 것인지, 무언가 거슬리는 게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운전하는 동안에도 이쪽으로, 저쪽으로, 불편한 심기를 마음껏 드러내며 이랬다저랬다하면서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었다. 그게 당신이 가진 권력, 그리고 더 많이 사랑받는 자의 여유겠지.
당신이 말했다.
"바다에 갈까?"
고민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가보자고 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가고 싶으면 가야 하는 사람. 마음껏 기분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 그러니 그저 가자는대로 따라갈수밖에.
삼척에 가자고 했다. 가까운 바다가 삼척이었던가? 태백에서 삼척까지 달렸다. 삼척으로 가는 사이 기분이 좀 풀렸나보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동해바다는 푸르고 짙다. 그래서 무섭고 아름답다. 피곤한 상태였지만 푸르른 바다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잔잔한 파도, 깊고 깊은 푸른 바다. 한여름의 바다임에도, 푹푹 찌는 무더위에 바람 한 점 없어도, 바다는 바다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 바다가 주는 자유로움. 평온함. 그 바다에 우리가 있었다.

당신이 말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로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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