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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l 08. 2024

57. 차라리 난 내 두 다리로 서 있을 거야.

일단 마음은 먹었습니다.

기대다

1. 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다.

2. 남의 힘에 의지하다.


얼마 전 유퀴즈에 최화정님이 출연했다. TV로 직접 보지는 못했고 인스타그램 돋보기에서 보게 되었다.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몸을 기대기 위해 선택한 의자 다리가 세 개라면

어렵게 기대는 게 나을까?

차라리 난 내 두 다리로 서 있을 거야."


기대다. 사전적 정의로는 "남의 힘에 의지하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든 날이 오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극복해내기도 한다.


나는 어땠나.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우울한 시간 앞에서 어떻게 했더라. 누군가에게 기댔던가? 나는 기대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잘 믿지 않기도 하고 사람에게 나의 마음, 감정,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글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하소연이나 힘든 일, 좋은 일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애인, 나의 동료들에게 기대면서 내 마음을 잘 전했을까.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약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낯설고, 나의 마음을 이해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화정님의 말처럼 난 내 두 다리로 서 있겠다 생각한 것이 아니라 기대고 싶었으나 기대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그러니 나의 두 다리는 씩씩하게 서 있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기대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이 마음을 떨쳐내고 오롯이 내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은 어렵다. 더 일찍 알았더라도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나는 내 두 다리로 서겠다. 내가 제대로 잘 서 있어야 누군가에게도 기댈 수 있다. 그래야 누군가가 내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남들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시선으로, 나의 두 다리로 천천히 걸어야겠다. 우울한 날들도, 즐거운 날들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리가 세 개뿐인 의자에 불편하게 기대지 말고 단단한 땅을 딛고서. 땅이 단단해질 수 있게 꾹꾹 다지면서. 나를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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