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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D-92

컵라면이 내 세상을 위협한다.

by HARI
아침 : 드디어 건너뜀
점심 : 본도시락 여수꼬막부침(꿀꺽~)
저녁 : 콩나물밥
간식 : 오로나민 C 1개
운동 : 팔굽혀펴기 50개, 스쿼트 20개, 15,625보

오늘 이삿날이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부서에서 전화 오는 날이기도 하다.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원으로 무언가 함께 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비록 그 자료를 준비하는 분들은 스트레스가 많이 받을 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능력이 인정받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매달 잘 해내고 그렇게 1년의 수레바퀴가 돌고 다시 비슷하지만 다른 1년을 준비하며

보내기 시작한다.

아침은 정말 강한 의지로 참아내고 점심은 도시락을 휴게실에서 먹는데 이곳을 개인적으로

'퍼스트 클래스'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찍 청소 정리를 하고 잠깐 앉아서 QT의 시간은 부정한 기운을 벗어던지고

정결하고 정겨운 기운이 감싸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언젠가 여기서 학생 때처럼 도시락을 같이 까먹고 싶었는데 다행하게도 같이 까먹어주는 분이

생겨서 점심은 즐거웠다.

살짝 도시락에 컵라면을 곁들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주변의 만류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인간의 나약함이란...

예전에 아버지께서(일생을 정말 범죄와는 거리가 멀고 인품이 참 존경스럽다-나와 달리)

말씀해 주신 것이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유혹이 있는데 그것에 응하느냐 안 하느냐 차이일 뿐"

컵라면 하나에 무슨 거창한 말인가 싶지만

작은 것에 쉽게 타협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진다.

한 번, 두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너무 기준이 내려가니깐 말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그건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늘 점심이 즐거웠다고 내일 점심도 즐거울 리 없겠지만 그런 아쉬움도 있어야

소중함이 더욱 빛나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말로 시작해서 몸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지만 말이다.

사실 요즘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 혹은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더라.

그러니깐. 법도와 신앙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선을 유지하며 살아가면서

주변과 조화롭게 유유히 산책하듯이 말하면 지키고 지키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가족들에게 비굴하지 않게. 세상에 비겁하지 않게.

100일의 여정이 끝나면 분명 달라져 있을 날 확신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나아가겠다.

하지만 이런 각오도 오늘 하루종일 컵라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일은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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