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피싱에 대한 변명 혹은 핑계

이 피싱으로 얻은 것: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일

by 정란

➸오늘부터 매일 세 개씩 인터뷰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질문은 총 63개로, 솔직하게 답변해 주신다면 멋진 책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빠지는 날 없이 21일 동안 질문을 보내드리며, 하루 중 편한 시간대에 저 정란에게 전화를 걸어 답변해 주시면 됩니다. 모든 질문은 사전에 출판사와 협의된 것으로 수정 및 변경이 불가합니다. 본 질문과 답변이 그대로 책에 실리는 것이 아니며, 저자와 편집자에 의해 편집됩니다. 다만 어떤 글이든 솔직하지 않고 진실성이 없다면, 읽는 이에게도 그 마음과 의미가 가닿지 못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편집 및 가공됨을 양해 부탁드리며, 가공은 저자와 편집자의 몫이니 편안하게 대화하듯 인터뷰에 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의 양과 질에 따라 출판 일정이 변경 및 취소될 수 있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그대로 책에 실리는 것이 절대 아니며, 다만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짐을 유념해 주십시오. 가감 없이 솔직한 답변을 들려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출판이라는 부담과 책임감은 내려 두시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재미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본격적으로 부모님 피싱을 시작했다. 위 메시지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동시에 보낸 것이다.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제가 몰랐던 제 세계를 발견하고 싶기도 하고요"라고 말한다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시래(싫어). 그런 거 뭐하러 해. 안 해" 엄마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고. "(전화) 끊어-" 이 인터뷰를 통해 딸이 돈을 번다고 해야 움직일 분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돈을 들이부었다. 친구를 섭외해 인터뷰 사례 명목으로 부모님께 20만 원씩 입금했다. 친구는 내가 보낸 돈을 두 개의 계좌로 나눠 보낸 후, 자기도 모르는 새 유령 출판사의 편집장이 되었다. 낙장불입. '이제는 도망가지 못하십니다' 보이지 않는 밧줄로 부모님을 휘감았다. 피싱에 이어 겁박까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분과의 인터뷰는 무사히 끝났고, 한 분과의 인터뷰는 중단되었다. 전자는 아버지, 후자는 어머니다. 아버지는 입금 후부터 인터뷰에 열의를 보이며 매일 먼저 전화를 걸어 왔다(입금 전에는 5초였던 답변이 입금 후 5분이 되었고, 답변이 괜찮았는지 확인까지 하셨다). 인터뷰 안 하냐고. 딸은 그제야 "어어, 해야죠. 잠시만요. 5분만요. 컴퓨터 좀 켜고요" 불성실하게 움직였다. 아버지는 하루치 인터뷰가 끝나면 이제 질문이 몇 개가 남았는지 체크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인터뷰를 하다 자주 중도 이탈했고, 딸은 잡지 않았다. 딸은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마음이 상한 지점, 그녀의 마음이 다친 경로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최소한 그것만은 알기에 붙잡지 못한 것이다. 약속된 날짜가 지난 후 어머니는 20만 원을 내게 입금했다. 도깨비장난처럼 시작한 일이지만 이 글들이 정말 유령 출판사라도 만나 책이 된다면, 그때 더 그럴싸한 방법으로 어머니를 섭외해야겠다(그러니 보고 계신가요, 유령 여러분? 어머니의 인터뷰가 궁금하시다면 저에게 연락을 주셔야 할 겝니다. 하하).



아버지와 63개의 질문과 답변을 나누었고, 어머니와는 40개의 질문과 답변을 나누었다. 이 인터뷰집에는 과거를 회상하는 질문과 미래를 상상하는 질문, 현재를 곱씹는 질문이 두루 섞여 있다. 다소 공상적인 질문과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이 꽈배기처럼 서로를 안고 있다. 현실이 꿈인 것처럼, 꿈이 현실인 것처럼 기분 좋게 트위스트를 춘다. 백열등 아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취조하는 인터뷰가 아니길. 미러볼 아래서 때로는 블루스를, 때로는 탱고를 출 수 있기를 바라며 질문을 만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 "니 지금 누구 취조하나?" 묻곤 하셨으니, 나는 좋은 인터뷰어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딸의 소득 향상을 위해(거짓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장한 각오로 피싱의 세계에 발을 들인 부모는, 때로 가시밭길 같은 질문 위를 뚜벅뚜벅 걸었다. 먼지 쌓인 치부와 드러난 상처, 빛바랜 꿈과 타오르는 설렘을 꾹꾹 밟으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아주 일상적인, 때로는 아주 놀라운 답변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련한 슬픔 뒤에도 꼭 행복이 따라붙었으니, 이건 부모가 내게 준 두 번째 선물이다. 부모가 내게 준 첫 번째 선물인 이 삶에, 태어나자마자 받은 두 개의 선물인 두 분이 계셔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두 분의 삶을 짧게나마 탐험할 수 있었음에 무한한 감사를, 내가 탐험할 수 있는 삶을 살아주심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달의 뒤편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운 또 다른 삶의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