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작은 개조가 수없이 거듭되는 것으로도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면 나의 이론은 붕괴될 것이다. _ 찰스 다윈, 『종의 기원』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사이언스북스
리처드 도킨스는 첫 저서인 『이기적인 유전자』부터 베스트셀러가 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로 자리잡았다. 도킨스는 머리말에서 이 책 『눈먼 시계공』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다윈주의적 세계관이 (···) 우리 존재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이라는 사실을 설득하고 싶다. (···) 다윈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뿐 아니라 생명이 발견되는 곳이라면 우주 어디에서도 적용되는 진리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시계공'이라는 말은,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의 창조론 해설서인 「자연 신학 또는 자연현상에서 수립된 신의 존재와 속성에 대한 증거」라는 논문에서 가져왔다.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 기술이나 사람의 눈과 같은 정교함이 형성된 원인으로 페일리는 창조주의 역할을,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통한 점진적인 진화를 말한다. 자연선택은 미래 계획이 없고 오직 현재의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눈먼'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도킨스는 진화론을 강력하게 옹호하며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케언스스미스의 '점토설'을 인용한다. '점토설'은 유기물의 화학적 합성과 점토 광물의 표면이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점토 복제자가 유기 분자를 합성하여 자신의 목적에 유리하게 사용한다는 이론이다. 즉, 최초의 생명은 점토 결정과 '우연'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점토 결정은 DNA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지금은 DNA가 새로운 복제자에게 자리를 내줄 시기이며, 그 새로운 복제자는 '정보의 패턴들' '문화적 진화의 단위'인 '밈(meme)'이다.
「생명 탄생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6장에는 먼 미래에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자신의 기원에 대해 추론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까에 대한 도킨스의 상상을 펼쳐놓은 문단이 있다.(p262) 이 부분을 읽으며 김보영 작가의 소설 『종의 기원담』을 떠올렸다. 그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세계가 이 한 문단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고도로 발달된 생물의 복잡성은 맹목적인 진화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창조론의 반론에 대해 도킨스는 '점진적이고 누진적인 선택'으로 복잡성을 이룬다고 답한다. 이것이 『눈먼 시계공』의 핵심이며 기본 이론이다. 이외에도 진화론에 대적하는 여러 이론들(라마르크주의, 중립설, 거대 돌연변이설, 단속평형설, 창조론 등)에 대해 다양한 반론을 제기한다.
누적적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이야말로 우리가 아는 한, 조직화된 복잡성의 존재를 원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인 것이다.(p514)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낱말이 아닌 한자어가 때때로 문장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사소한 몇 개의 오자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오래 전 『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