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록 Sep 04. 2024

날카롭게, 때론 멀리 보기(2)

김훈의 허송세월 2(49~82쪽)

나이 든다는 건, 고통과 체념을 곁에 앉히는 일. 그리고 서서히 식어가는 몸과 마음을 인정하는 일. 말들은 입속에서 머뭇거리고, 뼈들은 몸속에서 덜그럭거리며, 전생의 흔적 같은 젊은 기억은 철 지난 영화처럼 스쳐 가겠지. 사랑했던 이도, 미워했던 이도 결국은 연민의 얼굴로 흐릿해지고.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p.54)


죽음을 특별행사가 아닌 일상으로 맞았으면 한다. 삶은 엄중하나 죽음만은 깃털처럼 가볍기를. 나이 들어, 날마다 한 뼘씩 죽음의 자리를 마련하다 어느 날 죽음이 당도하면 무심히 따라가고 싶다. 슬픔도 미련도 없이 ‘죽은 자의 적막’을 입고, '한 되 반'의 먼지가 되었으면 한다.      


다만, 걸을 수 있는 오늘이 크고 무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카롭게, 때론 멀리 보기(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