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허송세월 4(125~158)
글쓰기 방법론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말이 부사나 형용사를 버리라는 권고다. 그것들을 버려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사나 형용사를 떼버린 글은 명쾌하긴 하나 어쩐지 허전하다. 그래서 ‘형용사나 부사를 타박하면서 문장에서 쫓아내는 것은 그 단어를 부리는 솜씨가 모자라서 제자리에 앉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문장에 동의하게 된다. 이육사가 ‘광야’에서 보여주는 ‘혁명가의 부사’나 백석 시의 감각적인 형용사들은 글의 품격이 부사나 형용사 탓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내 삶을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때로는 부사나 형용사를 떼고 직진하는 용기도 내보고 싶다.
“삶을 향해서, 시대와 사물을 향해서, 멀리 빙빙 돌아가지 말고 바로 달려들자” (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