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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Sep 06. 2024

날카롭게, 때론 멀리 보기(5)

김훈의 허송세월 5(159~186쪽)

“소주는 면도날처럼 목구멍을 찌르며 넘어가고, 몸속의 오지에까지 비애의 고압전류가 흐른다.”(p168)

내게도 날카로운 첫 소주의 기억이 있다.
소주 앞에 발견된 내 속의 오지가 낯을 붉히고, 슬픔은 슬픔끼리 눈이 맞아 단속의 자물쇠를 열었다. 소주의 날에 베여 심장 한편 칼금이 그어지고, 우묵하게 고인 핏물에 얼굴을 비추는 밤...

그래도 새 하루는 어김없이 정시출근해 창백한 내 방문을 두드렸다.

산다는 건, 소주 같은 '자기 학대'와 잠깐의 '헛된 위로'를 맥주잔 가득 따라 마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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