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록 Nov 06. 2024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3부)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아메리카 원주민은 유럽인의 총칼이 아니라 유라시아의 병원균에 감염되어 죽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p312)


3부 : 식량에서 총, 균, 쇠로   

종족 간의 힘과 풍요의 차이가 생긴 이유는 지리적 차이 때문이다. 그로 인한 식량 생산 여부가 종족 간 균형을 무너뜨렸다. 농경민은 더 많은 인구, 더 위험한 병원균, 더 나은 무기와 보호 장구(더 유능한 정복 전쟁 수행력), 강력한 과학기술, 문자 활용에 따른 중앙집권 체제 등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유럽인과의 전쟁보다 유라시아 병원균에 의해 더 많이 죽었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의 멕시코 상륙(아즈텍제국), 1531년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페루 상륙(잉카제국) 등에서 천연두가 원주민과 그들의 지도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유럽인의 전쟁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전염병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집단에서 발병하고 유지된다. 군중 질병은 인구 과밀 지역에서 가축으로부터 파생되었다. 지리적 차이로 발생한 종족 간 힘과 풍요의 차이는, 치명적 질병이 더해져 힘의 균형추가 심하게 기울었다. 유럽인은 무기, 기술, 정치조직 등의 이점에 더해 가축과 오랫동안 친근하게 지내는 과정에서 진화한 병원균의 합세로 다른 지역을 효과적으로 정복했다.


질병은 종족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 같은데, 오히려 다른 종족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무기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물론 병원균에 면역이 생기기까지 자체 희생도 따르지만)


3부의 내용 중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이 눈에 띈다.  

 '한국형유행성출혈열'이라는 병명의 등장. 병명에 Korean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깜놀. 이 병은 생쥐의 오줌을 통해 퍼지는 질병이라고 한다.(아, 물론 이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Pass~!)


우리나라는 문자와 관련된 내용에 등장하는데, 한글에 대해서는 저자가 2023년 특별서문에 이미 언급했다.('사랑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중)   

"한글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의 그 어떤 문자 체계도 의도적으로 효율성을 목표하여 고안되지 않았습니다.(p12)  
 
한글은 세종대왕이 한국어에 적합하도록 의도적으로 창제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 체계입니다.(p13)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입으로 한글 찬양을 듣자니 새삼 한글이 자랑스럽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더구나 이제 우리는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원본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각잡힌 글씨체가 돋보이는 한글 시 '산유화' 가 본문에 나온다. 외국인 눈에는 한글이 네모로 보인다더니, 참 네모스러운 글씨를 골라 실었다. 한글에 대한 설명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음절을 사각형 안에 표시하고, 모음이나 자음의 형태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문자의 형태를 이용했으며, 자음의 형태는 그 자음을 발음할 때 입술과 혀가 놓이는 위치를 본뜬 것이었다.  
(*p365 한글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p367 사진의 일부)


문자는 권력자를 보조하는 수단이거나 정복의 도구로 시작되어 시와 해학을 전달하는 도구로 발전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문자는 서로를 저격하는 도구로 뒤틀려 발전하는 느낌.(세종대왕님께 죄송할 따름~)


결론은, 문자의 전파에도 역시나 지리적, 생태적 영향이 컸다는 사실.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전에서도 역시 일관성 있게 지리적‧생태적 요인을 크게 꼽았다. 과학 기술은 지리적‧생태적 장벽이 적은 대륙, 면적이 넓고 생산적인 지역에서 가장 신속하게 발달했다. 유라시아는 가장 넓은 대륙이고 그 안에서 경쟁하는 사회도 가장 많았으며, 중심축이 동서로 가로질러 위도상의 기후가 유사한 사회들에 비교적 신속히 확산되었다. 지리적‧생태적 장벽이 다른 대륙보다 적어 과학기술이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과학기술적 도구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


과학적 혁신은 소수의 자체 발상을 제외하면 전파에 의한 것이다. 새로운 문물의 수용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회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도 역시 그렇지 않은가.   

            

 '평등주의에서 도둑 정치로’라는 3부 14장의 제목이 참 직관적이다. 인구가 과밀해질수록 조직은 견고해지고 개인은 축소되어 큰 사회의 부속품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세금을 다수의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쓰기보다 지배층의 사적 이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사용하거나 인기에 영합하여 불필요한 곳에 소모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장이다.     


14장에서는 인간 사회의 규모가 확대되어 가는 과정과 제도화된 종교 및 대규모 사회의 복잡한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한 부족사회가 다른 부족사회를 정복하거나 합병해서 군장사회 규모에 이르고, 그런 군장사회가 다른 군장사회를 정복하거나 합병해서 국가 규모에 이르고, 그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정복하거나 합병하면 제국이 된다. 대규모 사회는 중앙집권화되고 권력자가 부를 독점하는 정치체제로 굳어진다.


정부와 종교의 확산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정복을 도모하고, 종교는 그 행위를 합리화한다. 중앙집권적 정부와 조직화된 종교를 일찍부터 갖춘 사회의 후손들이 결국 현대 세계를 지배했다.

애국심에 불타는 종교적 광신도가 진짜 위험한 이유는 다른 적을 섬멸하거나 없애겠다며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지기 때문이다.(p443)



(*남아메리카 야노마모족 소녀와 남아프리카 코이산족 여인의 사진 사이에  '스칸디나비아 여인'이란 제목으로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사진을 올려놓은 건 좀 반칙 같다.)



*총균쇠 3부(p312~p475)의 내용을 마음에 남는 부분을 위주로 거칠게 정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2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