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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Nov 08. 2024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4부)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지금 우리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사막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인이 환경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곳에서 거주하던 원주민을 모두 죽이거나 몰아내, 유럽인이 원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던 원주민만이 무사히 살아남았기 때문이다.(p501)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4부 : 여섯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한 지역의 흥망성쇠는 자연환경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세력을 어떤 형태로 접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총균쇠를 앞세운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진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나름의 속도로 천천히 진화를 이루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의한 단기간의 강압적 개방으로 자연스러운 속도의 진보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가지 악질적 사회 문제를 안게 된 것처럼.   

            

환경은 역사를 다양한 방향으로 만들어나간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발전의 가능성 및 방향이 다르다. 우선 발전의 전제 조건을 갖추고 그 바탕 위에서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개선시키며 침략에 저항할 수 있는 정신력과 힘을 갖추는 것이 생존의 기본 요소다. 근대기의 우리나라는 지리적 위치의 불리함에 더해 시대를 읽는 시각의 편협함과 안일함으로 외부 세력의 침략에 저항할 수 없었다. 21세기는 다시 전쟁의 시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언이 많다. 역사에서 진지하게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여러 장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 있다.(매 장마다 습관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경향도 보인다. 다음 내용으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뒤쫓다 보면 다음 장을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유라시아가 세계를 제패하는데 가장 크게 작용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반복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1492년은 독자적인 삶의 종식을 뜻하는 순간‘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유라시아는 빠른 출발과 더불어 지리적, 생태적 여러 이점을 바탕으로 남북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시키고 지배, 착취하였다. 그 땅의 주인들이 그들만의 독자적인 삶을 이어왔다면, 그래서 자신들에게 적절한 속도로 발전해 왔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대륙별 지리적, 생태학적 차이와 유사하게 아프리카 내에서의 반투족(피그미족과 코이산족을 밀어낸 종족)의 확장 원인도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연으로 주어진 조건에 의해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를 고민하게 된다.      

         

4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다른 차원의 해석으로 우리나라로부터의 영향을 지우려 하지만 객관화된 자료로 볼 때 진화의 방향성(중국-> 한국-> 일본)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 근현대사의 얽힌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니 양국 간 감정이 해결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문제 해결 후에 양국 간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계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 관련 내용은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한글에 만족해야 하는 건가.)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들은 인격 형성기를 함께한 쌍둥이 형제와 같다. 양국이 과거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p674)

     

에필로그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중국이 빠른 출발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주도권을 빼앗긴 원인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생태학적 문제를, 중국은 유럽의 '만성적인 분열 지향성'과 대비되는 '만성적인 통일 지향성'을 거론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통일이 늘 좋은 건 아니었다. '통일'이란 단일한 명령체계를 갖는다는 뜻이고, 최고 명령권자의 성향에 의해 나라 전체의 근간을 흔드는 명령이 실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절감하고 있는 바로 그 상황!)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생태학적 문제(농경을 위한 숲 개간, 난방 및 건축용 목재 조달을 위한 산림 훼손, 지나치게 많은 염소 방목, 강수량이 적은 환경에서의 관개농업 등등 자원 기반 파괴 및 '생태학적 자살'을 말한다.)는 유럽에도 어느 정도는 같은 비율로 적용될 것 같은데, 단순히 강수량의 차이가 그렇게나 많은 차이를 유발하는지는 의문이다.(북유럽과 서유럽이 그런 운명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운 좋게도 강수량이 더 많아 초목의 재생이 빠르게 이루어진 환경 덕분이라는 얘긴데,) 명쾌하게 해명되는 조건은 아닌 것 같기도.     

          

대륙별, 나라별 차이를 인종차별적으로 해석하는 일반적 경향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관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근접 원인'과 '궁극 원인'으로 구분해서 접근해 나가는 방식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미래 모습에 대한 예측을 담았다는 《총균쇠》이후 저작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도 읽어보고 싶다.               


 <총균쇠>를 완독 했다. 벽돌책의 위엄에 눌려 모셔두기만 했던 책을 다 읽었다.(직장 생활 중에 읽기 시도를 하다 포기한 적도 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였지- 사실 가독성은 좋은 책이다.)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 하나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


*4부(p478~p733)의 내용을 상세한 설명 없이 거칠게 정리했다. 

엉성하고 깊이 없는 정리로 궁금증이 유발되신 분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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